파란태양/*파란태양*
잘 참았다
소설가 이재운
2020. 7. 10. 12:12
- 잘 참았다
본디 권력자의 종들이 날뛸 때는 그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야 한다.
박정희의 개(走狗) 차지철이가, 국회의원들 무릎 까고 장군들을 '따까리'로 두고, 장관들에게 욕질하는 등 별짓 다했다. 그래도 죽을 죄는 아닌지 더 떵떵거리고 더 거들먹거렸다. 그 사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잡혀가고, 절망했지만 마침내 부마항쟁이 일어나자 박정희 대통령의 친구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
이승만 비서 출신 이기붕이가 장면을 암살시키려다 실패하고, 애국인사들의 대통령 면회마저 차단시키고, 서북청년단과 깡패 새끼들을 동원하여 벼라별 짓을 다해도 3.15 부정선거로 부통령이 되었다. 이 나라 민주주의는 없어지는 줄, 사라지는 줄 알았다. 좀 있으면 이승만이 죽고 대통령직을 물려받는 줄 이기붕이도 착각하고, 국민도 지칠 무렵 마침내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아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참아라.
기다려라.
종들은 실컷 날뛰다가 제풀에 죽도록 기다려야 한다. 종들의 시간이 아직 1년쯤 남았다. 더 날뛰고 더 설치고 더 악을 써야만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저것들 안되겠군" 하신다. 그때 칼을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