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아니라면, 4999만 9999명이 옳다 해도 나는 반대할 것이다
1
사람들은 종종 내게 찾아와 "좀 모른 척하면 안되겠나?" 묻는다.
이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올라간 내 글을 보면 특정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주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인은 시비 즉 옳고 그름이 분명해야 한다. 내가 모른 척하면 악에 부역하는 것이며, 그런 사이 선이 말라죽는다. 내가 외면하는 사이 불쌍한 중생은 사기꾼에게 속아 재산을 날리고, 마침내 심신이 고단해지고, 그러다 우울증이 도져 죽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사기꾼의 동조자가 된다."
2
붓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혜를 이룬 뒤 그 가르침을 받든 60명의 제자들에게
"떠나라.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도리에 맞고 잘 정돈된 담마(최상의 지혜)를 들려주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세상은 삭막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라스푸틴 같은 점쟁이가 딱 붙어서 "안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딱 저 한 놈 때문에 안되니 저 놈의 목을 베소서."라고 꼬드긴다. '저놈'은 그와 평소에 사이 나쁜 친구거나 그의 사기 전력을 훤히 아는 사람이다.
3
우리 할아버지는 광해군 이혼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었다.
할아버지 직책은 대사헌, 즉 지금의 검찰총장이다.
그 직에 있는 자는 반드시 시시비비를 밝혀 왕에게 "맞습니다." 혹은 "아니되옵니다." 딱 두 마디 중 한 가지를 말해야만 한다.
대사헌이 이끄는 사간원이란 기관은 오로지 시비를 가려 보고하는 것이 임무요 직무다.
그런데 그 직무를 버리고 아양이나 떨고 무조건 망극하옵니다, 가납하옵니다, 태평성대입니다 외쳐대면 그 왕과 왕국은 망하고 만다.
이미 악한들에게 둘러싸인 광해군 이혼은 사사건건 아니되옵니다를 되풀이하는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싶었지만,
임진왜란 중에 세자이던 자신을 호종(지키면서 따른)한 공을 생각해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거제도로 14년간이나 유배시켰다.
그 14년간 광해군 이혼은 온갖 간신, 사기꾼, 모리배, 라스푸틴 같은 놈들에 둘러싸여 국정을 어지럽혔다.
할아버지는 드디어 진언을 넘어 죄 있는 자들을 처단하기로 결심, 온가족을 인조반정에 가담시켜
광해군 이혼과 그 옆에서 거짓을 속삭인 모든 간신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데 앞장서셨다.
4
내 친구 자륜 스님이 서재에 와 하룻밤 자고 가면서 이 말씀을 하고 가셨다.
지식을 움켜쥔 채 나누지 않고 대중을 비방하는 사람이 받는 과보가 있다! 다음 생에는 머리 나쁜 주리반특가가 된다. 무서운 말이다.
* - 주리반특가는 전생에 대단히 뛰어난 학자였다.
세상의 일 중에서 그가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만큼 유명하고 알아주는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이 지식과 지혜를 자기 혼자만 움켜쥔 채 하나도 나누어 주지 않고, 도리어 세상 사람들을 조롱하고, 가르쳐 달라고 청하면 머리 나쁜 것들이 뭘 알려 하느냐며 비방하였다. 그 과보로 그는 이번 생애에 우둔한 머리를 갖고 나온 것이다.
하물며 위선의 혓바닥을 굴리는 것들이 받을 과보는 차마 적을 수도 없다.
* 127억년 전의 은하. 127억년 전을 생각할 수 있다면 127억년 이후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도록 변하지 않는 담마, 반야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