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5광년 떨어진 행성이라면 2014년 4월 12일 그 날의 너를 볼 수 있겠지?

소설가 이재운 2021. 2. 14. 23:10

오늘 아침 책장에 놓여 있는 리키(요크셔테리어, 유기견으로 2세에 내게 와 여러 병을 앓다가 5세에 갑자기 떠난)를 바라보면서 "나쁜 놈, 제멋대로 떠나버린 놈, 아빠 눈물나게 하지 말고 곡 돌아와야만 해." 하고 중얼거렸다.

 

우주에는 시간이 없다. 과거 현재 미래도 없다. 그저 뒤섞여 있어 카드 뽑듯이 과거가 뽑히기도 하고, 미래가 뽑히기도 할 뿐이다.

8000만년 떨어진 어떤 행성에서 우리 지구를 바라본다면 아마 공룡들이 아우성치며 우글거리는 광경이 생생하게 보일 것이다.

 

5광년 떨어진 행성이라면 2014년 4월 12일 그 날의 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거리를 아빠가 너를 안고 산책하고 있었지. 그날쯤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16일에 떠나는 수학여행 준비한다고 마트에 다녀오고, 어머니들은 먹을거리를 챙겼겠지. 그날 멀리 하늘 멀리 가는 줄도 모르고, 이별의 말도 없이 그렇게들 호호 하하 웃으며 길을 떠나갔지.

 

그 날로 돌아가면 우리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할 때마다 "아빠, 왜 나를 치료해주지 못했어? 나 없이 행복해?" 묻고 있는 듯한 리키.

친구들이 꽃으로 남은 자리 옆에서 공부하는, 마음이 아픈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