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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애국가 <목포의 눈물>

소설가 이재운 2021. 2. 14. 23:25

조선일보, 요즘에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

나도 1996년에 조선일보에 역사소설 '청사홍사 시리즈'를 연재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좋은 점만 보자.

누가 무엇을 하든 그 뿌리를 더듬어 보면 반드시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즉 <미스, 미스터 트롯>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말이다.

 

조선일보는 일제에 신음하던 1934년, 전국에 애향가 가사를 공모했다. 이때 와세다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목포 청년 시인 문일석이 <목포의 노래>란 제목의 가사를 냈는데, 3000편 중에 장원으로 뽑혔다. 조선일보는 OK레코드와 함께 이 가사를 손질하고, 작곡가, 가수를 찾았다.

지금의 가사는 이렇다.

 

- 1.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2.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임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임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3. 깊은 밤 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어찌타 옛 상처가 새로워진가

못오는 임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에 맺은 절개 목포의 사랑.

 

이 가사 가운데 2절이 일제의 의심을 받았다.

삼백년은 당연히 임진왜란으로부터 300년이고, '원한 품은'은 그 전쟁의 한을 나타낸 것이다.

발매 때 이 부분은 눈속임을 위해 '삼백연(三栢淵) 원안풍(願安風)'으로 바뀐다.

 

또 다음 줄의 '임 자취 완연하다'의 임은 사실 이순신 제독이지만 '임'으로 숨겨 놓았다.

노적봉이야 당연히 이순신이 왜병을 속인 그 노적봉이고.

이런 곡절을 거쳐 취입 당시 가사는 이렇게 나온다.

요즘 TV조선이 미스미스터 트롯을 무자비하게 편집하듯 그때도 살아남으려면 이래야 했다.

 

1. 사공의 뱃노래 감을거리며 삼학도 파도깁히 숨어드는 ㅅ대

부두의 새악씨 아롱저진 옷자락 리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서름

 

2. 삼백련 원안풍은 로적봉밋헤 님 자최 완연하다 애닲은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님 그려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3. 깁흔밤 ㅅ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엇지타 옛상처가 새로워진가

못오는 님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의 맺는 절개 목포의 사랑

 

조선일보와 OK레코드사는 가사를 정리한 뒤, 손목인이 이미 가수 남인수에게 주려고 작곡해 놓은 곡 <갈매기 우는 항구>에 이 가사를 입히고, 애절한 목소리를 가진 목포 출신의 가수를 찾았다.

그래서 찾은 게 16세부터 노래 부르고 있던 지역가수 이옥순이다.

당연히 이름은 이난영으로 바뀌었다.

이런 작업 끝에 1935년에 이 노래가 나오는데, 당시 이난영 나이 19세다.

당시로서는 일본에서도 불가능할 음반 10만 부가 나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미스미스터 트롯>을 보며 즐기더라도, 나라 빼앗긴 그 시절, 이렇게라도 해서 국민들의 설움을 달래려 했던 조선일보의 노력도 알아주기 바란다.

트로트에 관한 한 조선일보도 할 말이 있다.

 

* 목포의 애국가 <목포의 눈물>

이순신 제독은 주로 호남인을 수군으로 뽑아 왜적과 맞서싸웠다. 그중의 한 도시가 목포다. 이런 노래로라도 일제에 저항한 당시 조선일보, 작사가 문일석, 작곡가 손목인, 가수 이난영을 기리자.

엔카풍 노래이긴 하지만 싸우려면 견디려면 그런들 어쩌랴, 트로트를 우리 노래로 만들면 되는 거지.

 

<노래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