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오직 살아남기 위해 꾹 참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겨울소나무의 그 마음
소설가 이재운
2021. 7. 10. 20:54
소한 대한 추위가 오면(歲寒), 온몸에서 물이 빠져나가 마른 가시 잎과 가지를 움켜쥐고,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삭풍이 불면 부는대로 오직 살아남기 위해 꾹 참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겨울소나무의 그 마음, 그것이 삶의 모든 의문을 푸는 열쇠다.
명필 이광사의 글씨를 무시하고 천대하던 추사 김정희, 그 도도하고 건방지던 시절 쓴 글씨와 9년 유배당한 뒤 힘 빠지고 지친 끝에 인생 좀 알고 나서 쓴 같은 글씨를 보자.
* 귀양가는 길에 해남 대흥사에 써준 글 '오래오래 사는 집'이란 뜻의 무량수각, 도도하고 멋스럽고 기운이 넘친다. 하지만 9년간 꼼짝 못하고 귀양 살면서 건방기 쏙 빠지고 난 뒤 김정희가 쓴 화암사 무량수각. 귀양 다녀와 만든 그의 서체 추사체는 힘 빼고, 잡스럽고 거추장스런 걸 다 빼어 혼만 남긴 '글씨의 뼈' 같다. 윤석열이 추사의 뜻을 알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