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멀리 나갔다가 이제 왔지만...

소설가 이재운 2021. 7. 10. 21:15

멀리 나갔다가 이제 왔지만, 그래도 한 마디 쓰고 자련다.

우리 집안은 만주독립군에 비밀리에 접선하여 자금을 전달하고(어려서 들은 얘기지 입증된 바 없다. 손모나 김모처럼 무리하게 서류 만들 생각 없다), 할아버지 형제들이 당신의 자식들은 일제 소학교 대신 모조리 무학으로 서당이나 보내 오늘날 송곳 같은 기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집안이 이렇게 찌그러진 마당에 이를 증언해줄 증인은 오로지 북한으로 들어간 독립군들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이 자랑하는 '조국해방전쟁'을 일으켜 민족 최대의 환난을 불러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전쟁을 <김일성의 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운전 중에 들리는 뉴스에서 자꾸만 '한국전쟁'이라고 하는 아나운서 목소리에 짜증이 났다.

대체 왜 한국전쟁인가. 우리가 미국 부하라고 미국이 부르는대로 부르자 이건가?

 

다시 말하지만 국방부와 국사편찬위는 육이오전쟁만 공식 명칭으로 사용한다. 이 정도는 중립적이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Korea War도 Korean War도 나는 다 싫다. Korean Peninsula War라면 모르지만, 남한북한을 아우르는 Korea War도 슬프고, 미국이 공식으로 사용하는 한국인들의 전쟁이라는 Korean War는 더 슬프다.

한반도 전쟁이든 한국전쟁이든 한국인전쟁이든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나서 쓰기 바란다. 문빠나 태극기부대처럼 주인 입술 바라보며 따라외치지 말자.

 

조국해방전쟁은 김일성이 내건 주장이지만 사실은 <김일성의 난>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내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지만,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 이 전쟁의 성격이 제대로 밝혀질 듯하다. 내가 갖고 있는 자료가 너무 많아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

 

김구 선생조차 김일성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해 실수하였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걸핏하면 광주항쟁, 천안함 등 현대사모독처벌법 같은 게 생기는 모양인데, 이런 법 만드는 놈들이 진짜 역적이다. 역사는 언제고 되씹고 되새김하고 다시 파헤쳐야 한다. 진실은 아무리 파헤쳐도 진실인데 무엇이 두려운가. 거짓말쟁이만이 두려울 뿐이다.

피곤해서 좀 거친지 모르겠는데, 그건 내일 다시 다듬기로 한다.

 

* 나 같으면 몰래 기차타고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왕복 8시간 거리를 이 까다롭고 시끄러운 장애견들 데리고 다니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가족을 두고 갈 수는 없지. 친구 자륜 스님이 주지로 있는 영덕 장육사. 가운데 아이는 눈을 감은 게 아니고 눈이 없다.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의 저자 나옹 선사께서 창건한 절이다. 이 절 아래에 나옹왕사기념관이 있고, 위에 힐링센터 여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