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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적을 때는 핵심을 놓쳐서는 안된다

소설가 이재운 2021. 9. 3. 22:03

역사를 적을 때는 핵심을 놓쳐서는 안된다

내 소설 <사도세자>에는 아래 기사에 나오는 <이인좌의 난>이 잘 묘사되어 있다.

남인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자 당시 집권당인 노론은 와르르 무너져, 반란 세력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뒤덮었다.

그들은 청주성을 접수하고, 이어 경기도 안성까지 진출했다.

아래 기사는 이때 소론 병조판서 오명항과 소론 박문수가 진압을 자쳐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자는 가장 중요한 것을 뺐다. 오명항은 병조판서이므로 직접 군대를 끌고 가지 않는다.

기사에서 비중 있게 거론한 박문수는 직책이 종사관이므로 병조판서를 수행할 수는 있을지언정 칼을 잡거나 활을 쥐지는 않는다.

그럼 반란군과 누가 싸울 것인가.

나는, 누구든지 역사를 적을 때에는 숨기지도 덧칠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소설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내 소설 <사도세자, 책이있는마을>에는 이렇게 나온다.

- 국왕 영조는 깜짝 놀라 토벌군을 꾸렸다.

총융사 김중기를 토벌대장으로 임명하여 청주로 출동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김중기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출정을 머뭇거렸다. 보다 못한 병조 판서 오명항이 출정을 자청하였다. 그래서 병조 판서 오명항을 사로도 순무사로, 박문수를 종사관으로, 이삼을 선봉장으로 임명했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선봉장 이삼이다.

 

이삼은 몇 마디 되지 않는, 가까운 내 할아버지다. 그도 나도 함성군 이종생 장군의 후손이다. 나는 청양 세거지에서 나고, 그는 가까운 논산 세거지에서 났다.

병조판서, 종사관, 선봉장 세 명은 모두 소론 온건파다. 셋이서 반란군을 토벌하여, 이 난이 있기 전 노론이 소론을 모조리 잡아죽이겠다고 으르렁거리던 국면을 뒤집어 엎기로 작정한 것이다.

여기에 실전을 지휘할 장수를 소론 중에서 고르니 당시 훈련대장이던 이삼 장군이다.

이삼 장군은 안성으로 들이닥쳐 반란군 선봉을 쳐부수고, 이어 죽산으로 나아가 반군 주력을 궤멸시켰다. 그러고도 마침 용인까지 치고 올라간 이인좌의 본대를 들이치고, 그를 생포했다.

* 우리 사회에 어른이 사라진 것은 한번 누군가를 지지하면 그 사람의 허물이 생겨도 궤변으로 감싸기 때문이다.

악악거리던 소설가, 시인 중에서 이런 짓하다가 신뢰를 잃고 사라져간 사람이 많다.

 

나는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우리 조상들은 동인-서인일 때는 동인이 되고, 그 동인이 남인 북인으로 갈릴 때는 북인이 되고, 북인이 소북-대북으로 나뉠 때는 소북이 되었다. 그마저도 광해군의 폭정이 계속되자 인조반정에 가담하여 서인으로 전향한다. 서인이 노론-소론으로 갈릴 때 소론이 되고, 소론이 다시 강경파-온건파로 갈릴 때 온건파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인좌의 난 등 국변이 생기면 반드시 국익을 위해 싸웠다. 할아버지들은 3.1만세운동에 나서고, 독립군 군자금을 모아 보내고, 육이오 때에는 자식을 등떠밀어 전선으로 보냈다.

 

나는 진실의 편이고,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바로잡는 반정의 피를 갖고 있다.

* 딸과 조카들에게 말해두었다. 혹시라도 내가 거짓을 따르고, 거짓을 말하거든 핏줄에 바늘을 꽃아 조상들이 물려준 피를 다 뽑은 다음에 하라고 2018년 4월 13일에 부탁해 두었다.

 

 

‘나라 절반이 역적이 돼 버렸나이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나라 절반이 역적이 돼 버렸나이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265. 1728년 이인좌의 난과 도래한 노론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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