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삼국통일은 거짓말

소설가 이재운 2021. 9. 24. 17:27

난 유신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 "삼국통일을 이룬 해는?" 같은 시험문제를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숫자가 다른 4개 중에서 반드시 '676년'을 골라내야 되었다.

 

역사소설가로 꼬박 30년(데뷔한 1982년에서 1991년까지는 역사소설을 쓰지 않았으니 빼고)을 살다 보니 역사라는 것도 입맛따라 고치고 바꾸고, 세력에 따라 어떤 사건에 금을 칠하거나 똥을 칠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일을 하도 많이 봐서,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내 눈으로 뒤져 보기 전에는 믿지 않는다.

 

만일 신라가 당나라군과 연합하여 형제국인 백제, 고구려와 싸운 다음 신라는 백제를 먹고, 당나라는 고구려를 먹은 진실을 안다면 이런 고약한 도둑질, 혹은 강도질을 '삼국통일'이라고 부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제에서 해방되지 않았으면 "우리 민족이 통일국가를 이룬 해는?"이라는 질문에 '1932년'이라는 답을 골라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일제 입장에서, 자기들은 백제에서 떨어져 나간 일파이니 마침내 고국인 백제를 비롯해, 신라, 고구려 고토까지 모조리 회복하였으니 1932년은 민족사에 빛나는 대통일의 해라고 보았을 것이다.

이재명, 어떻게 생각해?

 

* 일제가 만든 1935년 지도, 만주국은 괴뢰국이라 옅은 색을 칠했지만 조선과 일본은 똑같은 빨강이다.

* 시험출제위원은 <신라가 외세인 당나라 군대를 불러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다음, 신라는 백제를, 당나라는 고구려를 각각 나눠 가진 해는?>이라고 시험문제를 내시라.

 

* 1935년 일본제국 발행 지도와 당시 철도와 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