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정치 비판글 비율이 너무 높지 않느냐?
소설가 이재운
2021. 11. 29. 21:53
한 친구가 묻는다.
날도 더운데 SNS에 정치 비판글 비율이 너무 높지 않느냐고?
그래서 높지만, 써야 할 말이 있을 때 쓰지 않으면 직무유기라서 쓴다고 대답했다.
나는 공자의 <춘추>를 역사소설의 효시라고 생각한다. 유가 창시자인 그가 굳이 <대의 大義> 한 가지 눈으로 혼란스런 춘추시대 역사서를 자세히 쓴 것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무리'인 난신적자들을 징계하여 후세에 이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으니, 이로부터 난신적자들이 벌벌 떨었다 한다.
난,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입 다문 채 어울리며 가만히 있으면 나도 저들 난신적자와 똑같은 무리가 되는 것이다.
저 혼군멍군이 제 아무리 5년간 무슨 분탕질(마구 불지르고, 마구 물을 퍼붓는 짓)을 해도 내가 춘추와 사기 필법으로 기록하는 이 시대의 춘추와 사기는 아마도 천년을 호호탕탕 흐를 것이다. 지금 '춘추' '사기'를 적지 않으면 앞으로도 위선자, 거짓말쟁이, 사기꾼, 양아치, 잡놈들이 끊임없이 역사에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어떤 정치세력에도 치우치지 않는 바른 눈, 밝은 눈, 맑은 눈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마천이 궁형이라는 모욕을 무릅쓰고 <사기>를 저술, 중국사의 교과서로 만든 것처럼.
"그래서 그냥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쓰는 거야. "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 더 헷갈리는 말 하나 해주지.
"어디 있든 내가 주인이고, 일단 있는 데서 진실하자(隨處作主 立處皆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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