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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하늘 북소리 - 소설 정역

저자 후기

저자후기

 

- <하늘북소리 上下, 현문미디어>

이제 소설은 끝났다. 그러나 소설 <하늘북소리>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 소설은 김항이 <정역>을 쓰고, 그것을 신인(神人) 강사옥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자칫 독자는 여기서 이야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제부터 <하늘북소리>는 다시 되돌아가 읽어야 제맛이 난다. 각 장마다 서두에 ‘정역’을 후천세계 건설의 설계도로 삼아 강사옥이 펼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을 다시 되돌아가 처음부터 읽을 때 독자들은 21세기의 상생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사옥은 ‘정역’이란 설계도를 펼쳐놓고 먼저 천개벽(天開闢), 지개벽(地開闢)부터 터다짐을 해놓았다. 터다짐이란 천지공사를 의미한다. 즉 천지인(天地人) 중에서 하늘과 땅을 먼저 다스린 다음,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인 것이 인개벽(人開闢)이다. 인개벽이란, 바로 사람을 개벽하는 것이다.


사람을 개벽하는 극치는 아마도 신인류의 탄생일 것이다. 그것도 인간 유전자 해독 작업인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1세기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도 21세기에는 현대 인류보다 훨씬 향상된 능력을 지닌 신인류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백여 년 전에 행한 강사옥의 천지공사는 이미 우리 앞에 현실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후천세계의 도래이다. 다만 개벽이 서서히 이루어져 가는 중이므로,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세기말에 이르러 도처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지구 온도가 변화되고 있는 것도 바로 후천세계의 작은 징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인개벽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새로 열어야 할 시대는 왕권(王權)이 판을 치던 봉건시대도, 금권(金權)이 판을 치는 자본주의시대도 아니고 생명이 존중받는 새로운 인존(人尊)의 시대이다. 지금처럼 실체가 존재하는 이승의 세계뿐만 아니라 사이버 영토에서 마치 신명(神明)처럼 형체없이 존재하는 백성들이 새세상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마치 이승과 저승의 통교가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종말론은 가당치도 않은 주장이다. 만약 종말이 있다면 선천(先天)시대의 구습(舊習)에 대한 종말이 있을 뿐이다. 남을 깔아뭉개고 죽여야만 이기는 상극(相剋)이나, 남자가 여자를 노리개나 하인처럼 부리는 존양억음(尊陽抑陰)이나, 죄를 지어야만 먹고 사는 불행한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다.


21세기는 새 하늘이 열리는 상생(相生)의 시대이다. 그 미래의 비밀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지금까지의 글 읽기는 재미를 목적으로 한 이야기 중심이었지만, 이제부터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읽을 때는 그 미래의 비밀을 캐내는 흥미진진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두 번 읽을 때 한 차원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하늘사람들이 두드리는 하늘북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