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전원 이야기

(222)
蜀(애벌레)처럼 잠을 자던 길고양이 한창 덥던 지난 7월, 거의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만났다. 오드리가 살려달라고 하소연하던 때였다. 하지만 이 아이는 비쩍 마르고, 병이 들어 기력을 차리지 못하는데도 오드리처럼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사료에 약을 섞어 먹이고, 따로 영양제를 먹였다. 6개월이 돼가는 요즈음 보니 많이 좋아졌다. 겨울만 잘 나면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것같다. * (위) 지쳐서 풀밭에 獨의 蜀(애벌레)처럼 잠을 자던 길고양이. * (아래) 엊그제 점심 먹으러 나타난 길고양이.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내는 처지라 이름을 지어주지는 않고, 암호명 거지로 부른다. 제법 몰골이 살아났다. 예쁜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같다.
벼농사 집어치우고 논에 흙을 부어버렸습니다 벼농사 결산하다가 다 집어치우고 논에다 흙을 갖다 부어버렸습니다.ㅋ 추수 끝나면 쌀 보시한다고 별렀는데 감동을 주기 어려워 포기하고, 동생이 기른 호박 100개 등등만 보시했습니다(제가 태어난 뒤, 26살되던 숙부가 닷새 노동하여 쌀 반 말을 사다 어머니 산후조리에 썼답니다. 머릿속에 이 전설이 박혀 있어 늘 쌀을 귀하게 여겼는데 이젠 안그럽니다. 입만 나불거려도, 손만 끄적거려도 쌀 몇 가마가 생기는 세상을 돌이켜 보면 허망합니다) 내년에는 쥐눈이콩을 심을까 계산 중입니다. 뇌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게 거의 확실한 것같아 식초콩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까 합니다. 원래 이웃한 동생농장처럼 인삼을 기를까 했는데, 한국인 체질상 사포닌 흡수가 잘 안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미루기로 했..
철이 아닌데 피는 꽃이나 돋는 싹은... 죽는다 오늘 대마, 호박 수확하러 가서 논 살피고, 우박 피해를 입은 이웃 과수원을 돌아보았다. 모름지기 자기 철이 아닌데 너무 날뛰다가 벼락 맞아 죽은 사람 여럿 보았다. 자연계는 더 심해서 철이 아닌데 꽃을 피우는 나무는 곧 서리 맞아 죽고, 봄인 줄 알고 싹 내민 것들은 아마 한 달 안(11월 서리)에 죽을 것이다. 안희정이는 지난 대선 민주당 후보 2위만 안했어도 아마 안죽었을 것이고, 조국이는 대통령 노린답시고 법무부장관 자리만 탐내지 않았어도 여전히 숨은 위선자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 민주당 후보가 된(법률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 있지만) 이재명은 "대통령만 노리지 않았더라면" 대장동 수천억 돈놀이와 무차별 로비 내역이 들통나지 않고 함박눈 속 썩은 시체처럼 덮였을 것이다. * 우박 맞은 우리 ..
벼낟알이 쏟아져내린 논바닥 아무리 농사가 잘 되어도 거두어 들여 놓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지? 올해는 햇볕이 좋아 벼농사가 참 잘된다 싶었다. 수확량이 30%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좋아했는데, 지난 금요일에 우박이 쏟아지면서 기대가 무너졌다. 벼야 낟알이 떨어지는 것으로 끝났지만 동생 농장의 배추, 파 등은 대가 거의 다 부서지고, 고구마는 비록 캘 때가 되었다지만 줄기가 다 찢어져버렸다. 익지 않은 콩은 잎과 줄기가 너무 찢어지고 부서져 어찌 될지 모르겠다. 동생이야 주업이 채소재배가 아니라서 큰 문제없지만, 취미로 심어 형제끼리 김장하자며 심은 배추, 무, 파가 끔찍할만큼 큰 피해를 입어 기분이 안좋다. 배추나 무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안성, 평택, 천안의 농가들은 시름이 클 것같다. 누가 이런 시름 알기나 하랴. * 사진 ..
철없다, 철모르다의 철은? 요즘의 기온은 4월말이나 5월초와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이 가을 9월말에 봄인줄 알고 꽃을 피우는 풀이나 나무가 있다. 사람도 이와 같은 어리석은 종자들이 있어, 죽을 때가 된 줄 모르고 도리어 날뛰는 이들이 많다. 승진해서, 영전해서, 당선돼서 감옥가거나 패가망신하거나 자살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철없는 철쭉스런 사람들이라서 그렇다. * 방금 산책길에 만난 철쭉. 철없다, 철모르다의 철은 24절기의 그 節과 같고, 우리말로 철이라고 한다. '시간의 마디'란 뜻이다.
인류와 생명은 수억 년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가을이 깊어간다. 하지만 낮 기온만 보면 새로 싹을 틔우기에 좋은 봄날처럼 보인다. 그래서 가끔 봄꽃이 새로 피기도 하고, 봄인 줄 착각한 풀씨들이 자라나기도 한다. 다 장하다. 어떡하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것같아 짠하다만, 철 모르면 죽는다. 봄인 줄 착각하여 새싹을 힘차게 내미는 풀들, 성장을 멈추고 일제히 씨앗을 맺는 비름. 서리가 내려봐야 누구의 선택이 발랐는지 알게 된다. 인류와 생명은 지난 수억 년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올바른 생각, 올바른 계산을 한 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종은 멸종되었다.
삼베용 삼과 기름용 삼은 재배법이 다르다 지난 해에 대마 연구를 하던 중에 당진 농민들이 대마를 심어 기름을 짜고, 삼베 실을 만들고, 화장품을 만들어 크게 성공했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현지 농민회장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다. 웬걸, 경제성이 없어 이제 안심는다고 말한다. 농협기술센터에 물어보니 대마 담당하던 부서가 폐지됐단다. * 조선일보 사진 보면, 이건 껍질 벗겨 삼베용 실 만드는 대마다. 열매에서 기름 짜는 대마라면 파 심듯이 이렇게 몰아 심으면 못쓴다. 널찍하게 띄어 심어야 가지가 많이 생겨 거기에 열매가 많이 열린다. 사진 속 대마는 씨앗이 달리기 전에 베어내야 하고, 더 좋은 실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꽃을 따주어야 한다. 또 종이를 만들기 위해 심을 때는 삼베용처럼 총총 심어야 한다. 뭘 모르고 기사 쓰면 이런 일이 생긴다.
식물, 농업 분야 어휘 대부분이 일본어 식물, 농업 분야 어휘 대부분이 일본어다. 정신차리고 우리말 독립운동하자. 말로만 죽창 들고, 막상 일본어로 뇌까리면 못쓴다. 얼마 전,농민 관련 어떤 신문에 어휘 몇 자 고치려다 그만두고 연재를 포기했다. 전원(田園)은 일본어인데, 일본에서는 田을 논과 밭이라고 한다. 우리말에서는 밭이라고만 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논과 밭'으로 나온다 . 일본어사전을 베꼈기 때문이다. 일본에 사전은 전원을 ‘田烟’과 園林’이라고 한다. '전연'은 신라 때 쓰던 행정용어로, 농사를 짓는 가구를 뜻한다. 굴뚝이 있어야 가구로 보는 것이다. 원림은 과수원과 숲이다. 우리말 사전 만들다 보니 가장 큰 적은, 과장하여 말하자면 '표준우리말대사전'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