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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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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마쳤다 모내기를 마쳤다. 오늘 기온이 섭씨 29도이니 이런 추세로 나아가면 9월이면 추수를 할 수도 있을 것같다. 물론 1981년~2010년의 5월 평균기온은 17.2도이니 오늘만 이럴 것이다. 벼 적산온도는 최소 섭씨 2500도, 날씨가 이대로 바람없이 좋으면 9월 추수도 가능하고, 가을 태풍 오기 전에 거둘 수 있다면 더 좋겠다. * 옛날옛날 먼 옛날에 고향에서 쌀을 보내오면 하루 종일 기뻤는데, 하숙비로 쌀 다섯 말씩 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쌀보시해도 기뻐하는 이가 별로 없네. 딸에게 줘도 받으려 하지 않고, 도리어 안먹은 거 많으니 도로 가져가라네. ㅠ 이 정도 너른 논에 모내기하려면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바빠 들밥 내오고, 막걸리 받으러 달리고 너나없이 바빴는데, 이앙기가 휙 돌아버리니 잠깐 ..
모란이 피고 질 때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줄은 몰랐지 3년간 같은 모란을 잇따라 찍어 보았다. 모란은 5월이면 그 얼굴 그대로 피어나는데, 바라보는 나는 주름이 늘어간다. 어째서 시간은 내 얼굴로만 지나다닐까.
대마 암컷 씨앗을 구하러 안동에 가다 오늘은 대마 암컷 씨앗(정확하게는 암컷 9 : 수컷 1 비율)을 구하러 멀리 안동에 다녀왔다. 대마의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막상 땀흘리는 선구자들은 사기꾼이며 마리화나 흡연자들 등쌀에 힘겨워한다. 하여튼 심어 놓고 관찰부터 하련다. 뭘 어쩌겠다는 목표도 없다. 이 좋은 약초를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해봐야겠다. 연구자들을 돕고,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는 정도가 내 역할일 것같다. 채륜이 발명한 인류 최초의 종이가 마지이고, 미국 독립선언서, 구텐베르그의 첫 인쇄물도 마지다. 마리화나 때문에 누명을 쓴 대마, 부디 그 아름다운 이름을 되찾기를 바란다. 안동까지 찾아와준 자륜 선사가 증과 사리를 모시고 와 20과를 국제여래선원 덕산 큰스님께 바쳤다. 2년 전인가, 내가 덕산 큰스님에게서 받아 모시던 사리..
오늘, 길가다 잠시 차를 세우고 작별 인사를 나누다 해마다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던 복사꽃이 서리에 있다. 머지 않아 이 복사꽃이 피는 봄이 온다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오늘 그만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충격을 당하고 말았다. 차를 세우고 가보니 밑동이 댕강 베어졌다. 사진을 찍으며 슬퍼하니 마침 주인 할머니가 보고는 뭐라고 하신다. 가까이 다가가 이 아름다운 나무를 왜 베었느냐 여쭈니 나무가 무성해지면서 그늘이 너무 져서 그만 베어버렸단다. * 어제인 일요일, 마침 이 복사꽃 새끼 15그루를 서재 텃밭에 기르다가 공주 밭에 옮겨심었다. 소식 들은 #신진환 불모가 화실 텃밭에도 몇 그루 있으니 한 그루만 남기고 다 줄 테니 시름 덜란다. 아들인 내가, 우리 형제가 살아 있다고 해서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
주인이 돌보지 못했는데도 씩씩하게 열린 모과 주인이 돌보지 못했는데도 씩씩하게 열린 모과. 딸, 모과줄까? 주인이니 좀 가져가야지? 열 개만. 막내, 모과청 담글래? 싫다네. 형수, 겨울에 모과차 먹으면 좋지 않을까요? 싫어요. 결국 네째가 박스째 가져가고 보자기는 내가 가져온다. 미경이 가져갈래?
귀한 은행이 버려지고 있다 오늘 시골에 가서 우리 형제가 가꾸는 은행나무밭에서 잘 익은 은행을 떨었다. 동무들과 함께 따먹으려고 100그루가 넘는 은행나무를 심어 길렀는데, 코로나로 부르지 못하니 막상 귀한 은행이 버려지고 있다. 인지장애, 건망증, 치매, 파킨슨, 조울병, 뇌전증, 조현병, 자폐신드롬, 그리고 여러 혈관장애에 놀라운 효과를 보이는 은행이 요즘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거리에서 베어지고, 자동차 바퀴에 갈려 부서진다. 어쩌다 식당에서 먹게 되는 은행의 대부분은 약효가 떨어지는 중국산이다. 시장에서도 국산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할머니들이 파는 은행조차 중국산이 많다. 밝은 햇빛과 맑은 공기처럼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토종 은행은 거의 공짜다. 우리나라 은행 생산량은 5천만 명이 다 먹고도 남을 만큼 흔하다. 하지만 그냥 버려..
산달래 꽃 산달래꽃은 흔히 보기 어렵다. 텃밭에 산달래가 몰래 찾아와 자라길래 내버려두니 예쁜 꽃으로 인사한다. 녀석이 어찌나 도도한지 꽃줄기가 무려 1미터나 되는데, 너무 가늘어 금세 휠 것같은데도 너무나 반듯하다. 그 꼿꼿함이 마음에 든다.
연 기르기 연씨를 싹틔워 그릇에 담갔더니 잎이 고개를 내밀어 바깥세상을 보고 싶단다. 그래서 화단에 내놓고는 햇빛이라도 쐬라 했더니, 오직 물만 질그릇에 담아 주었을 뿐인데 그새 한 세계가 열렸다. 아, 처처가 화장(華藏) 세계로구나. * 빛깔이 서로 다른 연 4포기를 심여 봉숭아, 더덕, 머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