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텃밭에 배추흰나비 떼가 날아와 춤을 춘다. 내게 감사하다는 춤을 추는 것같다.
그리 크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케일, 양배추, 배추 등을 심어놓고, 거기에 배추흰나비가 날아와 나 몰래 알을 까 애벌레를 기르는 걸 허용해왔다. 이따금 너무 애벌레가 많아 더러는 솎아 풀밭에 던졌지만, 직접 죽인 적은 없다. 풀밭으로 던져진 놈들은 맛은 없지만 연한 풀잎을 먹으며 그런대로 자랐을 것이다. 나머지는 기왕에 벌레먹은 잎에 애벌레를 옮겨 살도록 배려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 나온 순을 먹고, 녀석들은 늙은 잎을 먹도록 했다. 거름주고 잡초 뽑아 기르는 내가 더 좋은 걸 먹고,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기생하는 놈들이니 좀 억센 걸 먹은들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집을 고향으로 알고 부화한 나비가 많아진 모양이다. 이놈들이 날개가 나면서 제 고향을 잊지 못해 우리집 텃밭으로 날아오는 모양인데, 오늘은 열 마리도 넘는 배추흰나비가 마당 하늘을 빙빙 돌면서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마침 매미소리도 우렁차게 들린다. 어쩌다 매미애벌레(굼벵이)를 발견하면 얼른 도로 묻어주곤 했으니, 그중의 어떤 놈은 올 여름 목청껏 울어댈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더불어 사는 게 즐겁다.
하지만 고민이 한 가지 있다. 구기자 다섯 그루를 심었는데, 열매가 썩는 병이 생겨 보기가 좋지 않다. 비를 맞으면 그렇다는데, 무슨 썩는 병을 옮기는 박테리아가 있는 모양이다. 농약을 하긴 해야겠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한테까지 자비를 베풀기에는 내 도력이 모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