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눈물(전3권)┃이재운, 현문미디어, 각권 324쪽 내외, 각권 1만3천원.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이 정조대왕과 실학파 지식인을 주제로 한 장편 역사소설을 펴냈다.
작가는 '왕의 눈물'을 통해 조선왕조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정조와 당시의 문예부흥기를 주도했던 개혁적 지식인 집단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낸다. 그는 조선후기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퍼즐을 맞추듯이 당대를 복원해 나가며 다음과 같은 질문에 천착한다.
일국의 왕인 정조가 부스럼 따위로 과연 죽을 수 있는가? 혹시 독살에 의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 왕이 죽었는데, 왕의 치료에 실패한 내의원의 제조와 도제조가 우의정, 좌의정으로 승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은 왜 말년에 울화병이 나서 눈이 멀고 풍병에 들었을까?
11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했던 정조는 기세등등한 권신들의 위세를 뼈저리게 느끼며 숨죽인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조선 최고의 과학자인 홍대용은 세손이 된 정조를 가까이 모시면서 조선개혁의 불씨를 심게 되는데, 그는 정조의 지식에 따라 국정개혁을 실천할 지식인 집단으로 박지원과 그의 제자들을 모아 '연암결사'를 만든다. 연암결사에는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김정희 등 중국의 변방을 자처했던 사대사관을 타파하고 백성을 위한 실용 학문과 제도개혁을 공감했던 지식인들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밤마다 모여 역사를 공부하고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토론한다. 그것은 왕권을 위한 것도 아니고 신권을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백성을 위한 나라를 새로 세우려는 정조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 연암결사의 좌장 박지원은 다섯 달에 걸친 연행(燕行)을 끝내고 '열하일기'를 완성해 세상에 내놓자 그의 명성은 더욱 알려지게 되고, 여기에서 정조를 중심으로 한 친위 세력의 행동 지침이 나오게 된다. 그것은 외척을 멀리할 것, 적서의 차별없이 인재를 두루 등용할 것, 백성 중심의 실용 정책을 펼것,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하여 도읍을 옮기고 구세력을 일거에 몰아낼 것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이 완성되고 정조에게 전달되자마자 개혁의 주체였던 홍대용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그 가운데 일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게 되고 천주교가 민간 신앙으로 퍼지면서 정국은 엉뚱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소모적 정쟁 속에서 연암결사의 정국 주도 계획은 차일피일 미루어지며, 급기야 1800년 6월 28일 정조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이후 연암 박지원은 말년에 화병이 나서 눈이 멀고 풍병이 들었고, 연암이 죽고 나자 박제가와 유득공은 행방불명 된다. 정조의 죽음과 함께 추락하는 조선의 운명, 과연 조선의 국운은 거기까지였을까?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