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노인들이 극우세력의 좀비로 전락한 건 매우 슬픈 일입니다.
이 분들은 일본인으로 태어나 모진 세월을 견디면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넉넉히 먹고살 수 없어 민주주의가 뭔지, 정의가 뭔지 배우기 앞서 한 끼 밥을 해결하는 데 더 골몰했습니다. 일본인으로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와세다니 동경대니 나온 부잣집 사람들도 친일하는 마당에 이 분들이 무얼 보고 자랐겠습니까.
전후 세대인 저도 점심을 굶어 미국이 보내준 우유죽을 먹고 자라고, 미군인들이 보내준 헌옷을 입고 자랐습니다. 새 교과서를 살 돈이 없어 헌 책을 사쓰고, 모든 옷은 해지면 기워가며 형제들이 내리입었습니다. 저는 얻어온 옷을 입고, 아우는 내가 입던 옷을 입고 자랐습니다. 막내만이 새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제 위로 두 형은 초등학교만 마쳤습니다. 다만 저는, 중학교는 집안 형이 맡아 가르치고, 고등학교는 이종 형이 맡아 용돈 주면서 가르쳤습니다. 대학은 두 형이 막노동해서 마쳤습니다. 저는 저를 길러준 형들 생각해서라도 누구의 종노릇을 할 수가 없고, 사간원에서 대사간으로 일하다 십수년 귀양간 덕분에 제 고향 청양으로 낙향했던 그 아픈 역사 때문에라도 종노릇은 하지 못합니다. 내 편이어도 아니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에게도 대들고, 형에게도 대듭니다. 이렇게 해서 무수한 기회를 놓쳤지만 그것이 바른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언제나 떳떳합니다.
사진 속, 저 분들 세대 대부분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콩깨묵이나 먹고, 야학에서 겨우 한글이나 깨우치는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제 숙부들이 그렇게 사셨습니다. 아버지 형제 8명 중 유일하게 살아계신 제 숙부는 올해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1941년생인데, 야학에서 한글 깨우치고, 배운 기술 없어 노동으로 먹고 살았지만 가풍 덕분에 저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제 글을 꼬박꼬박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사진 속 저 어른들, 이승만 독재를 겪어보고, 박정희, 전두환 독재까지 생생하게 겪은 분들입니다. 눈치 보고 몸 사려야 살아남는다는 걸 두 눈으로 보고 늙으신 분들입니다. 이삼만 원만 받아도 기꺼이 서울역까지 나가는 이 분들의 노후가 왜 이렇게 됐는지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멀쩡히 대학 나오고, 배울만큼 배운 교수, 변호사, 의사, 이런 자들이 권력의 종이 되어 국민을 학대하고 간신짓을 다투는 세상에서, 겨우 돈 이삼만 원에 이끌려다니는 이 분들에게는 차라리 연민을 갖고, 우리가 왜 이 분들에 대한 복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나 생각해 봅시다. 우리 모두 불쌍한 국민입니다. 1950년에 일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국이고, 핵공격 위험을 안고 조마조마하면서 일하고, 중국과 일본, 미국 눈치보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나라의 국민입니다. 비판을 해도 바닥에 애정을 깔아봅시다.
오늘날, 이 시국의 범죄자는 오직 박근혜입니다. 그가 오빠라고 부른 전두환, 그의 아버지 박정희가 꾸며놓은 더러운 무대에서 벌어진 지저분한 짓입니다. 박근혜가 부리는 저 늙은 종 김아무개는 유신검사로 길들여지고, 이후 전두환 노태우 밑에서 시키는대로 검사질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김아무개는 박정희의 종이었을 뿐인데도 이러한데, 박정희가 친아버지인 박근혜는 오죽 하겠습니까. 국민을 섬기기보다는 부려먹고 써먹는 법부터 배웠을 박근혜를 비판해야 합니다. 박근혜에게 종질한 '배운 놈'들을 응징해야 합니다. 저런 자들이 일제시대에 태어나면 친일파가 되는 거고, 인민군 들어오면 공산당에 붙고, 조선시대로 가면 민비 민자영에게 붙어 나라 팔아먹을 자들입니다.
나는 내 양심에 비쳐 옳다고 생각하는 말만 하겠습니다. 난 누구의 종노릇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박근혜에게는 숱한 종이 있고, 문재인에게도 숱한 종이 있어 무작정 지지하고, 옹호하고, 털끝만큼이라도 비판하면 테러에 가까운 짓을 서슴치 않습니다. 안철수, 손학규에게도 아주 적기는 하지만 이미 종들이 몇 명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종의 속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젖먹을 때부터 젖을 더 얻어먹으려고 아양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종들은 주인이 위험해도 결코 알리지 않습니다. 나쁜 말을 전하면 손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산군도 광해군도 쫓겨나는 날까지 까마득히 민심을 모릅니다. 이승만은 죽을 때까지 이기붕의 악행을 알지 못했고, 박정희도 죽을 때까지 차지철이 어떤 놈이었는지 그 진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는 그나마 복이 있어 자신들의 죄를 똑똑히 알고 잔명을 이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박근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남은 생애 동안 곰곰이 되씹도록 도와줍시다. 개인으로 돌아간 박근혜가 여동생, 남동생과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사실을 깨우칠 기회를 줍시다. 그는 징역을 가든 안가든, 이미 이승만, 박정희에 버금가는 불행한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역사는 민자영만큼이나 악독했던 여인으로 기록되고, 장희빈과 명성왕후를 제치고 역사드라마 단골 소재가 될 겁니다. 길은 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