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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종은 종으로 사는 게 맞다

다시 보니 가슴 아픈 이야기다.
당선시키기는 쉬운데 지키기는 어렵다.
4년 전 국민의당 만드느라 안철수 대표가 만들어준 단 1대의 유세차를 내가 끌고다니며 목 아프게 유세하여 민주당을 콱 찍어누르고 정당득표에서 이겼는데, 지금은 바른미래당, 민평당, 대안신당으로 찢어져 정의당과 더불어 사실상 민주당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허망하고 얄궂다.

다시 합치자?
아마 안될걸?
안철수가 급한 나머지 하는 수없이 통합한다 치자.
아마 당선되면 또다시 민주당 향해 종질하며 마구 문두드릴걸?
여우는 여우굴로 돌아가고, 철새는 남쪽으로 날아가는 법이다.

절대로 안속아.
종은 종으로 사는 게 맞다. 민주당 협박해 어떡하든 여권단일후보 따내어 뱃지 지키기 바란다.
우린 쳐다보지 말라, 목돌아간다.
이번에는 어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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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를 꿈꾸는 한 분에게 간단한 조언을 드렸다.
예측 능력, 판단 능력이 있다면 정치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망하는 건,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서다. 지도자의 귀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면 이 정보를 놓고 예측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대개 오판한다.

여기서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래서는 정보를 분명히 올렸는데 대통령이나 참모총장은 육이오전쟁이 나도록 모르고, 왜적이 부산에 상륙하도록 쪽바리 따위가 감히 쳐들어오겠느냐 딴전 피우고, 송파나루까지 청몽(여진족, 몽골족) 연합군이 쳐들어올 때까지 남한산성 문만 닫으면 되는 줄 안다.
그래서 이미 지도자가 된 놈은 무슨 말을 해줘도 제 멋대로 해석하고 멋대로 판단하다 저도 죽고 부하도 몰살시킨다. 지도자의 9할은 이런 식으로 죽는다.

나는 선거에 관한 특별한 법칙을 갖고 대여섯 번의 승리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감옥가거나 정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막아주지 못했다.

-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원나라 말기 장강에서 비 온 뒤 죽순 솟듯 일어난 수적 도적 거지떼를 차례차례 끌어모아 황제가 된 명나라 주원장처럼 일어나기는 쉽다. 유백온 같은 모사 한 명이면 충분하다. 나도 그 정도의 역할 밖에 못한다.

- 다만 대통령 외국 간 사이 선글래스 끼고 장관들 데리고 다니다 물러난 아무개나, 나라를 세워 놓고도 한 칼에 죽은 정도전이나, 아들 총에 맞아죽은 리기붕이나, 비서 건드리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 아무개나, 측근 안기부장에게 총 맞아죽은 박정희나, 무상급식 투표 붙였다가 자신과 보수의 몰락을 부른 오 뭣이나, 임기 마치면 꼭 감옥가는 용인시장들 같은 사람들을 구제할 재주를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 내가 본 가장 뛰어난 리더십은 칭기즈칸이 갖고 있었다. 그는 정확히 예측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 예측과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된다. 자기도 죽이고 동료도 죽인다.

* 칭기즈칸의 몽골 기마군. 얘들이 워낙 용맹하고 잘 싸워서 에케몽골울르스(대몽골제국)가 생긴 게 아니다. 오로지 몽골 보르지긴 테무친이라는 한 인간의 뛰어난 예측 능력과 판단 능력이 이 제국을 이룬 것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귀를 세웠다. 하지만 내가 당선에 도움을 준 그 누구도 단 하나 예외없이 당선 즉시 귀를 닫았다. 난 스스로 망하는 것까지는 막아줄 수가 없다. 이게 전략전술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