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돌아가신 박세일 교수를 떠올리는 페친의 글이 있어 옛 추억을 떠올렸다.
오래 전, 중도보수이던 박 교수는 한나라당을 바꿔보겠다고 나름대로 애쓰셨다.
정치에 대한 견해가 나하고 좀 다른 데가 있어(난 중도이면서 약간 진보 쪽이라) 자주 다른 이야기로 뒤엉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는 이가 많지 않은데, 박 교수는 정치하는 중에도 안성의 아지트에 자주 내려왔다.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엉뚱한 소리하기 좋아하는 나를 불러 시름을 달랬다. 나를 만나면, 씩씩거리는 정치인들하고 달리 영 다른 이야기를 하니 교수님이 스트레스를 풀기에 좋았던 모양이다. 이 아지트에서 교수님 정치 관련 서적 두세 권을 내가 윤문해 드리기도 했다.
뭐 그런 얘기는 나만 기억하고, 오직 나만 기억해야 할 일이니 그렇다 치고 이 분 이름이 世逸이라 내가 이름 좀 바꾸자고 여러 번 보챈 적이 있다.
逸 자가 너무 마음에 안든다. 툭하면 달아날 거 아니냐, 이렇게 내가 시비를 걸어 바꾸게 하려고 애썼는데 교수님은 끝내 동의하지 않으셨다. 나는 기왕이면 世를 一, 즉 통일하거나 통합해야지, 世에서 도망가거나 빠져나가면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하여튼 나름 보수라 그런지 도무지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는지 늘 웃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세종시 이전 문제로 박근혜와 다투다 한나라당을 탈당, 의원직까지 버리고, 그러고도 세상까지 일찍 떠나버리셨으니 왜 아니 내가 안타깝겠는가. 그리 일찍 가실 거면 둘이 손붙잡고 아나파나를 합시다, 이랬어야 하는데.
* 동지들아, 내가 좀 힘주어 뭐라고 말하거든 제발이지 잘 들어주면 안되겠니? 감옥가고, 죽고, 낙선하고, 망하고, 거 참 지켜 보기 민망하다. 이름, 그거 아주 중요하다. 실력이 충분해 앞으로 큰일 좀 해봐야겠는데 뭐가 좀 안풀리면 내게 오라.
* 맑은 물 낙수가 황하를 만나 바다로 흘러나간다. 맑은 물, 황톳물이 어디 따로 있나. 흐르면 물이고, 배 띄우면 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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