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 시대를 앞서간 조선의 천재 여류...허난설헌 초희 / 누르면 기사 전문 볼 수 있음>
이 기사 제목은 고치기도 싫을만큼 내 마음에 안든다.
'조선의 천재'라고 했으면 되었지 거기다 '여류'는 왜 붙이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이런 사고를 해도 되는 건지 난 정말 이해가 안된다.
남성에게 남류라고 하면 모르지만, 여성만 콕 찍어 여류라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양성평등 교육, 요즘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원하면 직장으로 강사를 보내주기도 한다.
동아일보도 꼭 이 교육 신청해 받아보기 바란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그뒤에 나오는 '허난설헌 초희' 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사임당'은 알아도, 5만원권 인물인 줄은 알아도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허난설헌 역시 그렇게 불릴 뿐 그의 성명을 제대로 아는 이가 별로 없다.
논개 역시 그의 성명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30년 전만 해도 굳이 이퇴계, 이율곡, 이런 식으로 불렀었다. 노인들 입에 그렇게 붙어 있었다.
아마도 본명을 매우 귀하게 여겨 잘 부르지 않는 유교 문화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로 흐름이 바뀐 지 오래 되지 않았다. 10년 이내인 것같다.
호는 호일 뿐이다. 역사에는 반드시 본명이 나와야 한다. 이런 점에 역사인물들의 본명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다행스럽다.
여러 해 전 안성 난실리에 있는 편운문학관을 방문했는데, 당시 편운 선생의 며느리를 뵙고 문학관 이름을 바꿔주셨으면 좋겠다고 청한 적이 있다.
편운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사람 중 알만한 사람이 아마 천여 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모른다. 그래서 조병화란 본명을 붙여야만 "아, 조병화 시인 문학관이라구나." 하고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병화문학관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역사인물에도 이름을 찾아주자.
역사소설을 주로 써오면서 나는 모든 국왕과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대해 성명을 표기했다.
반드시 내 노력이라고만 볼 수 없지만 요즘에는 많이 개선되었다.
삼국지에서도 옛날에는 조맹덕, 유현덕, 제갈공명 식으로 불러 누가 누군지 헷갈리게 했었지만, 최근에는 내 작품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작품에 조조, 유비, 제갈량이라고 제대로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난설헌은 허초희, 사임당은 신인선, 논개는 주논개, 이렇게 본명으로 불려야 한다.
또 세종, 세조, 선조, 영조, 정조도 세종 이도, 세조 이유, 선조 이균, 영조 이금, 정조 이산이라고 해야 맞는다.
조선시대를 다룬 내 작품에는 왕이든 신하든 누구든 본명 중심으로 적었다.
세종이라고 하면 이도 자신도 그를 부르는 호칭인 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왕의 호칭은 '귀신 이름' 즉 묘호이기 때문이다.
죽어서 불리는 이름이다.
이 분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국서를 보낼 때는 조선국왕 이도, 조선국왕 이균이라고 분명히 써보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지 모르지만 우리 역사인물 성명을 제대로 부르는 습관을 들이자.
사족 한 마디, 전에는 정치인들이 다투어 호를 쓰더니 요즘은 그런 문화가 사라진 듯하다.
대신 아직도 줄기차게 호 쓰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고전연구가, 서예가, 무당, 역술인, 풍수 등이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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