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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허신행을 읽다

[스크랩] 자본주의는 붕괴하고 있다

자본주의 붕괴

행 박사(전농림수산부장관, 한몸사회포럼 대표)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세 이전에 죽음에 이른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인위적인 구축물 역시 100년쯤 되면 허물어져서 붕괴되거나 소멸되기 마련이다. 

 

   국가도 100년 정도의 주기로 흥망성쇠를 반복한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변화를 이븐 할둔의 ‘사회변동 순환론’이라고 부른다. 유목민들이 정주민들을 내쫓고 도시에 안착하지만 제1세대 새로운 국가건설, 제2세대 국력강화, 제3세대 여가와 평온, 제4세대 풍요의 지속에 따른 타락과 국가의 쇠퇴로 이어져서 결국 주변의 다른 유목민들에게 정복을 당하고 만다는 실증적인 이론이다.  

   자본주의 산업사회도 마찬가지다. 1770년대 산업혁명에 의해 세계에서 제일 먼저 자본주의 산업사회로 진입했던 영국이 그랬고, 19세기 말 늦게 진입했던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 지금 그런 운명에 처해 있다. 이들 국가는 특별하게 병든 곳은 없을지 몰라도 사회 모든 분야에서 낡고 늙은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발 금융위기란 것도 인체의 혈관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국이 앞으로 금융 시스템을 잘 보강한다 해도 활기찬 자본주의 산업사회로 되돌아가기는 힘들다.

 

   자본주의는 생‧로‧병‧사처럼 4단계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생명체와 같다. 상업자본주의→산업자본주의→독점자본주의→금융자본주의가 그것이다. 서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1~3단계를 거쳐 지난 4반세기 동안 마지막 단계의 금융자본주의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2008년 10월에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말하자면 곪을대로 곪은 금융자본주의가 터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무너진 금융업계에 구제금융을 부어넣고 규제를 강화하면 미국의 자본주의가 다시 상업자본주의로 부활한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자본주의 몰락의 또 다른 근거는 상생상멸의 원리다. 이 세상 만유는 그것이 물질이건 정신적인 작용이건 관계없이 쌍으로 생기고 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바로 이 원리다. 음과 양, 남자와 여자, 동물과 식물, 전기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헤겔 변증법의 정과 반, 선과 악, 작용과 반작용, 진보와 보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등 이 세상 모든 것이 서로 동시에 쌍으로 생기고 쌍으로 사라진다. 
   20세기 후반 공산주의가 붕괴될 때 자본주의 역시 동시적으로 붕괴되었건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형식적인 겉모양만을 관찰하는 사람들에겐 공산주의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공산주의의 몰락 과정에서 실제 그런 논의와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선진 자본주의 산업국가에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돈을 저리(低利)로 아무리 많이 풀어봐도 그것은 생산과잉 상태를 유발할 뿐, 수요부족으로 인하여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특히 일자리 부족 상태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앞으로 5년 이내에 해외수출을 배로 늘리기로 했을까. 이런 방향전환과 결심이 어디 미국뿐이겠는가. 유럽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네 마리 용(龍)들도 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선진국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늘릴 수밖엔 없을 텐데, 그렇게 되면 시장쟁탈전이 일어날 것이고 서로 충돌하다보면 제1, 2차 세계대전처럼 전쟁밖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시들어가는 자본주의를 붙들고 시장 쟁탈전에 혈안이 되지 말고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무엇인가부터 진지하게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태여 수명을 다해가는 자본주의에 매달려 국가 간에 각축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새로운 이데올로기 맞을 채비를 착실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더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까.

출처 : 용인타임스
글쓴이 : 개마고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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