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합니다. 주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자숙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진실을 원하는 사람으로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사건을 접한 지 50일째, 당사자로서 겪고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건에 대하여>
1월 6일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에 필요한 좀비PC 확보에 소요된 비용은 30~40만원, 공격지시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료로 다운로드했으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찾기 기능을 마비시키면 투표율을 낮추게 되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되리라는 무모하고 막연한 기대로 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547개 계좌 추적, 353개 통화내역 조회, 의원회관 등 7개소 압수수색, 44명에 대해 62회 참고인 조사를 했습니다. 한 점 의혹이라도 나왔다면 저는 바로 끝장났을 것입니다. 누가 저를 보호하겠습니까.
배후를 못 밝혔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수사기관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고 안 밝혔다고 하는 것은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입니다.
밝히지 않았거나 못한 것이 아니라 밝힐 수가 없는 사건입니다. 배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식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사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켜 투표소를 못찾게 하여 선거에 이긴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공격지시든 축소은폐든 꼬리자르기든 가능해집니다. 저를 공격했던 백원우 의원께 묻습니다. “의원님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 투표소를 찾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하겠습니까.”
전제가 무너지면 거기서 출발한 모든 것이 무너지는 법인데, 이 전제가 상식으로 성립됩니까. 투표소 위치는 투표 통지표에 나오고 구청, 동사무소에 전화하면 됩니다. 컴퓨터 찾아 중앙선관위 접속해 투표소 찾기 기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선거는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졌습니다.
<특검에 대하여>
민주통합당은 특검법(대표발의 김학재) 제안이유에서 ‘저와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차 모씨가 한차례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최 의원 등 배후에 의해 이루어진 계획적 범죄였을 가능성이 높아짐’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만난 적 없다는 사실은 그 당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1월 4일 국회 정보위 경찰청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그 당 간사 최재성 의원이 실수인지 의도인지 ‘최 의원과 차 씨가 한차례 만난 적 있다’고 말해 즉각 보도됐습니다. 경찰은 그 의원실을 찾아 약 1시간에 걸쳐 제가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정정자료가 나왔고 정정보도도 됐습니다.
그 5일 뒤 특검법안을 내면서 이렇게 사실을 왜곡한 것입니다.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 아니라 정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야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진실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국민을 얼마나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대낮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입니까.
특별검사는 대통령 등 살아있는 권력이 관련된 사건의 경우 그 영향 하에 있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보고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는 제도입니다. 어떤 사건보다 철저하게 수사받은 이 경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특검을 하면 지금까지 수사받은 사람들이 또다시 장기간 수사를 받게 됩니다. 이중삼중의 고통과 명예훼손이 있을 것입니다. 수십억에 이르는 국가 예산이 듭니다.
특검 결과 새로운 것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죄없는 시민을 죄없는 줄 알면서 정쟁의 제물로 삼아 억울하게 희생시킨 데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입니까.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으로 국론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가 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곳에 세금을 허비한 데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입니까. 특검을 선거까지 끌어 한 표라도 보태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고, 네 돈이냐 내 돈이냐, 나만 했냐 같이 했지, 하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이 사건에 대처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흔쾌히 받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 누구든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절대 죽지 않는 홍해파리. 늙으면 허물을 벗어 다시 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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