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하던말던'이라고 쓰는 것이다. '하든말든'이 맞는데 꼭 '하던말던'으로 쓴다. 또 "우리가 가던 식당"이라고 해야 할 것은 "우리가 가든 식당"이라고 적는다. 고쳐줘도 다음에 다른 글에서 도로 틀린다.
여기까지 읽고 아리송한 독자가 있다면 아마도 경상도 출신, 즉 어려서부터 경상도 사투리를 머리에 익힌 경상어족일 것이다.
그 이유가 있다.
경상도를 기반으로 한 신라는 비록 백제와 고구려를 쳐부수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에게 신라어를 전파하는 데는 실패했다. 악랄한 일제처럼 신라어를 널리 보급했다면 모르겠지만, 한문 쓰기 바쁘고 또 우리말을 천대하다 보니 내버려둔 듯하다.
하지만 조선왕조가 개국되면서 한양이 도읍이 되는 순간 언어 전쟁은 이상한 국면을 맞았다. 어쩌면 개경을 도읍으로 한 고려는 고구려어를 웬만큼 썼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언어 자료를 보면 그런 면도 있다. 그런데 조선에 이르러 한양이 도읍이 되면서 고구려어도, 신라어도 슬그머니 밀려나고 그 자리에 백제어가 자리를 잡고 들어앉았다. 한양은 백제 고도이기 때문에 이 지역 유민들 역시 백제계가 많기 때문이다.
- 훈민정음 어제 서문. 사진/위키백과
대한민국 건국 이후 이러한 언어 편중 현상은 더욱 더 심화되어 백제어가 표준어가 되고, 신라어와 고구려어는 사투리로 전락했다. 현재 백제어를 쓰는 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인천,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와 전라도, 제주도다. 지독한 호남사투리를 쓰던 사람도 표준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결국 고구려어는 휴전선에 가로막혀 북쪽에 묶여 있고, 남쪽에서는 강원도와 경상도만 외로이 신라어를 지키는 셈이 되었다. 이들 지역 사람들은, 특히 억양이 강한 신라어의 본향인 경상도 사람들은 대한민국 표준어를 익히는 데 큰 애를 먹는다.
백제어가 현대 한국어의 표준어로 자리잡으면서 천년 전 백마강에 피를 흩뿌리며 원통해 하던 백제의 묵은 한이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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