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운 작품/정도전, 그가 꿈꾸던 나라

독후감 11 정도전이 새 생명을 얻어가고 있다

요즘 드라마 <정도전>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덩달아 그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며 호응을 얻어간다. 읽을 책도 많고 시간은 부족한터라 아직 드라마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띠지에 쓰여져 있는 '나는 정도전을 죽이지 않았다'는 태종 이방원의 고백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드라마와 책을 별도로 생각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드라마가 뜨면 그에 관한 책이 인기를 끌고 책이 인기를 끌면 그것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어 나오기도 한다. 아니면 드라마(혹은 영화)와 책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한다. 소재원 작가의 소설《소원》과 영화《소원》이 그러했으며, 정은궐 작가의 소설《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드라마화한《성균관 스캔들》이 그것이다. 그외에도 많은 소설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지.

 

 

조선 건국의 주역을 말함에 있어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 정도전이다. 특히 정도전은 내가 사는 충주에서 가까운 단양을 고향으로 하기에 더욱 관심 속의 인물이 되었다. 그의 호인 삼봉은 도담삼봉에서 따온것이라고. 책은 정도전의 큰아들 정진이 아들에게 할아버지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정도전은 자신을 한나라의 장량에 비유해 해동장량이라 즐겨 불렀으며 한나라를 건국한 것은 유방이 아닌 장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은 조선을 건국한 것은 이성계가 아닌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만약 그가 신덕왕후 강씨의 소생 방석을 세자로 밀지않고 이방원의 손을 들어줬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랬다면 제1차 왕자의 난과 제2차 왕자의 난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한나라를 세운 게 유방이더냐, 장량이더냐?" (p.52) 한나라를 세운 것은 장량이고 유방은 단지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도전의 말이라는 것, 그의 말대로라면 삼국시대의 주역이자 촉한의 초대황제인 유비 또한 제갈량이 내세운 얼굴마담이라는 말이 되버린다. 내 비유가 너무 심한 것일까? 정도전은 조선에서 어떤 꿈을 꾸었을까? 백성을 하늘로 섬기는 나라를 꿈꾸던 정도전의 꿈은 현실에서 이루어질수 없는 것이었을까? 이방원은 자신이 정도전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도전을 죽인 진정한 배후는 누구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태종 이방원의 입자에서 역사를 평가해왔지 정도전의 입장에선 생각해보지 못했다. 물론 정도전의 아들 정진의 말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1차 왕자의 난때 이방원의 손에 정도전이 죽고 정도전의 일가붙이들이 벼슬에서 떨어져 죽어갔을때 정도전의 맏아들 정진과 손자 래는 유배보다 더한 처사라는 수군형을 받게 된다. 하루 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최고의 자리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것, 아버지 정도전이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었으니 그 자식들이 얼마나 대우를 받았을런지 상상이 갔다. 그것도 활을 잡고 대포 쏘는 수군이 아니라 노를 깍거나 젓고 전함을 수리하는 노역을 하는 밑바닥 인생이란다. 수군형을 받은지 15년 아버지 정도전의 제사를 모시던 날 그들 부자는 태종 이방원에게 불려간다.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수군형에서 풀어주고 고향 단양에서 살게해 준다는 것, 이것이 태종이 정진 부자에게 선전관을 보낸 근본적인 이유다.

 

 

저자는 말한다. 요동정벌이 무리수라는 이유로 위화도 회군을 했던 이성계와 정도전이 조선건국초기부터 요동정벌을 꿈꾸는 진정한 이유가 사병혁파를 목표로 둔것이라고. "… 사병을 혁파하고, 이 군대를 모아 하나로 단련시키려는 것…" (p.263) 이것이 요동정벌을 필요로 했던 진짜 이유라는 저자의 말이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오, 아버지. 당신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이미 살아계셨습니다. 아니, 한시도 돌아가신 적이 없습니다.' (p.282) 저자 이재운에 의해 정도전이 새 생명을 얻어가고 있다. 비록 저자의 상상력에 의해 살아났다지만 그것이 새로운 해석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전작인《구암 허준》을 읽었음에도 이 책의 저자와 동일인물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의 다른 저서와도 만나보고 싶어.


출처 / http://blog.daum.net/speed1931/872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