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정도전인가
[중앙일보] 입력 2014.01.24 00:36 / 수정 2014.01.24 17:11
KBS 대하사극 '정도전' 호평
KBS 대하사극 '정도전' 호평
"백성이 최우선" 난세의 리더십에 중장년 남성 시청자 뜨거운 반응
판타지 아닌 사실 중심 정통 사극
역사 토크쇼 덧붙여 교양적 재미도
판타지 사극이나 팩션이 TV사극의 대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돌아온 정통사극이 호평을 받고 있다. KBS 주말 대하사극 ‘정도전’(정현민 극본·강병택 연출)이다. 지난해 제작비 절감 등을 이유로 잠정 폐지됐던 KBS 1TV 사극이 부활하며 선보였다. 2년 제작기간, 총 제작비 135억원의 대작이다. 조선을 설계한 정치사상가 정도전의 이야기. 모처럼 사실감 넘치는 정통사극에 조재현(정도전 역)·박영규(이인임 역)·유동근(이성계 역) 등 중견 연기자의 호연이 더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6회 방송까지 평균 시청률은 12%(닐슨코리아). 주말 밤이라는 시간대를 감안하면 선전이다. 화제성은 더하다. 방송 직후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이인임·노국공주 등 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방송 2주 만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약 500건의 글이 올라왔다. 특히 중장년·남성의 반응이 뜨겁다. 1회 시청층을 분석해보면 60대 남성(17%), 50대 남성(12%), 40대 남성(11%) 순이었다.
◆정통 사극의 힘=‘정도전’은 ‘기황후’ ‘해를 품은 달’ ‘장옥정, 사랑에 살다’ 등 최근 유행하는 퓨전 판타지 사극과는 다르다. 역사속 인물이 나오지만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게 로맨스·활극으로 질주하는 경향에 반기를 든 것이다. 고려 말기 개혁적인 신진 사대부 정도전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조선 건국에 참여하지만 끝내 이상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다룬다. 한 이상주의적 정치가의 좌절을 통해, 단순히 정쟁을 넘어 정치의 본질을 묻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역사 전공 석박사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리며 극의 사실감을 높였다. 출연진과 함께 4개월간 당시 토지제도 및 성리학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각 인물에 대한 전기도 참조하며 극중 인물들의 직책 등 고증에 애썼다는 후문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현실정치를 체험한 정현민 작가의 이력도 흥미롭다. 10년간 새누리당·민주당 의원 5명을 보좌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모처럼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도 화제다. 문화평론가 김주옥씨는 “CG와 음악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연기 9단들의 향연만으로도 즐겁다”고 평했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 역시 “역사인식은 뒷전인 말랑말랑한 판타지 사극 속에서 돌직구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도전 역의 조재현
고려 말에서 조선 개국에 이르는 혼란스런 상황이 작금의 정치현실과 유사성이 있고, 난세를 헤쳐가는 다양한 정치적 행태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에게도 공감을 준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백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았던 정도전의 ‘민본(民本) 정치’라는 이상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열망과 맞아떨어진다는 평이다.
제작진 역시 드라마 제작노트의 맨 앞구절에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은 복종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라는 정도전의 말을 인용했다.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1000만 흥행을 기록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화제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SBS) 등 히트 사극들을 관통하는 코드다.
양성희 기자
출처 / http://joongang.joins.com/article/095/13724095.html?ctg=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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