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 정도전이 새로 뜨는 이유
새 정권이 등장할 때면 언제나 새로운 역사적 인물이 떴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드라마 '용의 눈물'과 밀리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을 통해 구원의 지도자상을 꿈꿨다. 돈이 없으면 나라도 망한다는 최초의 경험을 한 국민들은 힘 있는 강력한 지도자를 열망했다.
속물 세무 변호사였다가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다음 집권한 노무현 정부가 시작된 2003년에는 미천한 신분의 장금이 남존여비의 봉건적 체제하에서 무서운 집념과 의지로 궁중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대장금'에 넋을 잃었다. 이즈음 강명관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과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등 역사 속의 비주류를 다룬 역사서들이 동반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정부도 운이 없었다. 등장하자마자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으니 말이다. 성장소설이 출판시장을 휩쓴 이 해에 가장 주목받은 이는 '사라진 엄마'였다. 사라짐으로써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낸 엄마가 등장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혜성처럼 나타나 순문학 최고의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그해 가장 주목을 받은 역사적인 인물은 '정조'였다. 드라마 '이산'과 '바람의 화원’에 등장하는 정조는 온갖 간난을 이겨낸 개혁군주였다. 자기치유(셀프힐링)의 거대한 열풍에 인기를 끈 역사서는 없었으나 이정명의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 덕분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대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도전이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정도전'이 점차 인기를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옥당), 김진섭의 '정도전의 선택 - 백성의 길 군왕의 길'(아이필드), 이재운 장편소설 '정도전'(책이있는마을) 등 정도전을 다룬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고려 말에는 '한 땅의 주인이 대여섯 명이 넘기도 하여 전호(佃戶, 소작인)들은 세금으로 소출의 8-9할을 뜯길' 정도로 소수의 권세가가 나라의 부를 대부분 독점했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들판에 달라붙어 개미처럼 일해도 제 식구는커녕 제 한 입 건사하기도 힘들었던 양민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7년 동안 귀양 시절에 자신의 인생을 중간 점검하면서 백성의 고통을 체험한 정도전은 백성의 입장에서 개혁안을 만들 수 있었다.
고려 지배층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도전의 '선택' 하나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지문제는 잘 해결한 정도전의 '혁명'은 노비문제는 해결하지 못해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도전의 문제의식을 오늘에 대비하면 아마도 '경제민주화'와 '합리적인 고용'이 아닐까? 아마도 이것이 정도전이 새롭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는지.
바로가기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4020312223564825&type=1&VML
속물 세무 변호사였다가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다음 집권한 노무현 정부가 시작된 2003년에는 미천한 신분의 장금이 남존여비의 봉건적 체제하에서 무서운 집념과 의지로 궁중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대장금'에 넋을 잃었다. 이즈음 강명관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과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등 역사 속의 비주류를 다룬 역사서들이 동반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정부도 운이 없었다. 등장하자마자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으니 말이다. 성장소설이 출판시장을 휩쓴 이 해에 가장 주목받은 이는 '사라진 엄마'였다. 사라짐으로써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낸 엄마가 등장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혜성처럼 나타나 순문학 최고의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그해 가장 주목을 받은 역사적인 인물은 '정조'였다. 드라마 '이산'과 '바람의 화원’에 등장하는 정조는 온갖 간난을 이겨낸 개혁군주였다. 자기치유(셀프힐링)의 거대한 열풍에 인기를 끈 역사서는 없었으나 이정명의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 덕분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대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도전이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정도전'이 점차 인기를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옥당), 김진섭의 '정도전의 선택 - 백성의 길 군왕의 길'(아이필드), 이재운 장편소설 '정도전'(책이있는마을) 등 정도전을 다룬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고려 말에는 '한 땅의 주인이 대여섯 명이 넘기도 하여 전호(佃戶, 소작인)들은 세금으로 소출의 8-9할을 뜯길' 정도로 소수의 권세가가 나라의 부를 대부분 독점했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들판에 달라붙어 개미처럼 일해도 제 식구는커녕 제 한 입 건사하기도 힘들었던 양민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7년 동안 귀양 시절에 자신의 인생을 중간 점검하면서 백성의 고통을 체험한 정도전은 백성의 입장에서 개혁안을 만들 수 있었다.
고려 지배층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도전의 '선택' 하나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지문제는 잘 해결한 정도전의 '혁명'은 노비문제는 해결하지 못해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도전의 문제의식을 오늘에 대비하면 아마도 '경제민주화'와 '합리적인 고용'이 아닐까? 아마도 이것이 정도전이 새롭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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