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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나는 약 100여권이 넘는 역사소설을 썼는데, 그중 절반 이상에 전쟁, 전투가 나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사(전쟁의 역사)를 익혔다. 이런 점에서 전쟁 영화는 비록 오락용이라도 보는 편이다. 전술전략이라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남북한 해군 간의 <30분 전투>를 말한다.


전투 결과

한국 해군 / 참수리 고속정 357호, 

             승조원 31명

             전사 6명, 부상 19명

조선 해군 / 등산곶 684호, 

             승조원 30~40명

             전사 13명, 부상 25명


나는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다. 내 또래보다 짧은 24개월간 전선에 있었다. 물론 모든 군인이 전선에 있으며, 언제 어디서 교전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간첩이 수시로 드나들던 때라 전후방이 따로 없었다.

연평해전 정도의 국지전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전투에 속한다. 간첩 소탕전이 대개 그런 셈이다. 1.21사태 때 종로경찰서장이 전사한 사례처럼 군이나 경찰은 그가 서 있는 곳이 전선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서 있던 그 자리에서 국지전이 벌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았다. 아마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그만큼 군복무 중인 우리 장병들은 그런 불가측의 상황에 자신의 시간을 맡겨놓은 것이다. 복무기간에는 그런 상황이 언제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일본에 간 사실이라든가, 금강산관광선을 출발시킨 것 등은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있다. 매우 대범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야 전투기로 상대 전함을 폭격하고, 휴전선에서 일제히 대응사격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지도자는 전쟁이 안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전쟁을 나게 하거나 확대시키는 지도자가 나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나는 평가한다.


다만 전투하다 죽은 장병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극한 예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미국 대통령이 새벽 일찍 공항에 나가 전사장병의 시신을 예로써 맞이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작은 행동이 전선에 나가 있는 미군들에게 적과 싸울 용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사건 발생 1달 뒤 전사 및 실종 장병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직접 위로했는데, 아마도 대통령께서는 남북 상황 상 확전이 바람직하지 않아 가슴이 아픈데도 일부러 작은 사건처럼 치부했노라고 사과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잘하셨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군 경시 풍조를 좀 거둬줬으면 좋겠다. 똥별로 불리는 일부 장성들이 불량무기 구매에 관련된 비리로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 군 전체 이미지가 나쁘다. 하지만 비리는 비리대로 적발하여 처벌하면 되는 일이고, 지금 전선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우리 장병들 생각을 해줘야 한다. 유사시 이들이 실제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적어도 전역 이전까지는 항시대기 상황이다. 이 점을 존중해야 한다.


전쟁은 100년에 두세 번 정도 일어난다. 지난 20세기에 우리 민족은 태평양전쟁, 육이오전쟁, 월남전 등 큰 전쟁 3건을 치렀다. 작은 건으로는 여순반란사건, 지리산공비토벌작전, 4.3사건, 5.16쿠데타, 12.12쿠데타, 5.18광주항쟁, 해외파병, 간첩 및 간첩선 소탕작전 등이 있었다. 그때마다 군인들이 죽는다. 


우리 아버지는 일제에 징병되었다가 훈련 중 탈영하고, 숙부는 지리산공비토벌작전 투입 직전 탈영하고, 당숙은 육이오전쟁 중에 전사하고, 우리 5형제 중 3명이 현역으로 복무하였다. 또 조카 둘이 현역으로 복무했다. 한 집안에서도 이처럼 군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른다.


영화 연평해전이 국군을 귀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