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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내 몸에는 종의 피가 흐르질 않는다

파리 테러 사태 이후 프랑스 국기 색깔로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덮어쓰는 게 유행인가 보다. 난 천성이 남 따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항상 동작이 늦다. 


세월호 사태 때도 안산에 가 직접 추모하면서 리본을 달고, 일본 동북 대지진 성금 따위는 안냈다.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 모금하는 곳은 일절 쳐다보지 않는다. 세상 일에 즉각 반응하는 분도 있는 것이고, 나처럼 새김질이 많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 저이는 왜 홀로 고고한 척하나 의심하진 말기 바란다. 파리 테러로 나만큼 노심초사한 분이 몇이나 되겠는가. 


약간의 야성을 보이는 내가 서울 도심 시위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는 것도 사태에 대한 학습이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한미FTA 반대한다고 난리를 칠 때 나는 협정문부터 읽었고, 광우병 사태 때도 광우병의 인체 발병 메커니즘을 먼저 학습했다. 

4대강 사업을 재앙이라고 난리를 칠 때도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써놓은 논저를 찾아 읽었다. 이러다 보니 여도 되지 못하고 야도 되지 못한다. 


화끈하게 박근혜의 종이 되면 언제고 훈장을 탈지 모르는데, 혹은 화끈하게 문재인을 감싸고 돌면 떡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내 몸에는 종의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질 않는다. 며칠 전 아는 이가, 이 선생은 강한 사람에게는 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더 약한 것같다고 말했다. 

관점의 차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고 거짓에 강하고 진실에 약할 뿐이다. 이해 바란다. 


* 사진은 이천의 한 지인이 몇년째 숙성 중인 차. 이렇게 쌓아 놓고 몇 년 묵혀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글이나 주장도 오래도록 잘 숙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