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가 저성과자해고를 비롯한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저성과자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제 의견을 적습니다.
제 딸은 2014년 1월 저성과자가 되어 4년간 앉아 있던 자리를 바꿔앉았습니다.
당시 한 시의원이 중증장애인인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예약없이 특권으로 특정한 날짜에 늘 특수차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습니다. 제 딸은 거절했는데 윗선에서 그렇게 해줬나 봅니다. 규정위반이지요.
딸이 집에 와서 "규정대로 신청해도 잘 안되는 장애인이 많은데..."하면서 고민하길래 제가 해당의원에게 연락해 특권을 중지하라고 요구했지요. 고맙게도 해당 시의원이 그러겠다고 하여 딸의 고민은 해결되었습니다.
이런 비슷한 사건이 몇 번 있던 중 제 딸이 저성과자로 딱 찍히더군요.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써놓았지만 딸과 제 엄마는, 그러면 또 저성과자된다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만두자더라고요.
그래서 2015년은 무사히 넘어갔는데, 며칠 전 또 사고를 쳤습니다. 어린 아들(중학생)이 시가 운영하는 휴양림 숙박권에 당첨되었다며 그 아이 가족이 온 모양입니다. 학생은 학생증 없다며 대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신분증을 내민 모양입니다. 제 딸은 당연히 "당첨된 분과 어떤 관계신가요?" 물었지요. 어머니라고 말하니까 제 딸은 당첨자 본인도 증명서가 없으니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본 등 관계를 증명할 서류가 있으신가요? 가족관계가 증명돼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며 재차 가족관계를 설명해줄 증명서를 요구했습니다. 물론 당첨자가 이런 서류를 가지고 왔으면 간단한데 그게 없으니 이런 문제가 생기지요. 결국 이 가족은 제 딸이 지키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주민등본을 떼러 가까운 면사무소로 돌아갔지요.
그 사이 학생 어머니는 사무실에게 전화를 걸어 "내 남편이 우리 시 공무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따졌답니다. 그러자 사무실 직원이 허겁지겁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입장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땐 이미 여성이 제 딸에게 거부되어 면사무소에 가고 있을 때였지요.
고민하던 딸이 이 날 집에 와서 하소연하길래 "내일 본사에 이렇게 요구해라. 미성년자에게 어떻게 숙박권을 경품으로 주느냐, 이런 규정 없애라." 이것부터 요구하고, 그 다음 "규정 위반 사항이라도 팀장 지시가 있을 때는 어겨도 된다고 규정을 바꿔달라 해라."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저나 딸이나 세상 편하게 살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저성과자를 마음대로 해고해도 된다는 정부지침이 시행된다니 제 딸이 언제까지 공기업에 붙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성과자 판단은 바로 윗사람이 하거든요.
아래 사진은 아빠 닮아 너무 깐깐한 제 딸입니다. 서너 살 때.
(이 글 올리고 딸에게 점검을 요구했는데, 학생이 있긴 있었는데 증명서 없이 와서 일이 그렇게 되었다, 아래 팀장은 아니고 그 아래 직원이다, 이러면서 당장 사실관계를 수정하라네요. 또 누군지 모르게 해달래요. 그래서 수정했어요. 다시 검사 맡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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