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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민주주의할 수 있을까

폴크스바겐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우디와 벤틀리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 3종 모두 폴크스바겐 제품인데, 상당수 한국인은 아우디와 벤틀리가 폴크스바겐 차인 줄을 모른다. 렉서스가 도요타자동차, 제네시스가 현대자동차 제품인 것처럼 아우디, 벤틀리는 폴크스바겐 차다.

그러나 한국인 집단지능은 이를 구분할 정도까지는 가지 못하는 것같다. 노벨과학상 0답게 수준이 너무 가볍고 얇다. 가볍과 얇다를 한자어로 말하면 천박하다는 것이다.(淺薄 & 舛駁 ; 얕고 얇고 뒤섞이고 어수선하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의 선전선동에도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린다. 독립군 출신들을 빨갱이라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친일파를 반공투사라고 하면 그런 줄 안다. 사드에 외부세력 개입 말라면 다들 주춤한다. 전쟁나 서울이 공격받으면 서울시민 외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얘기와 똑같은데, 종편과 극우세력은 광기의 뇌관이 폭발했는지 갑자기 신이 나서 사드 운운하기만 하면 좌빨이니 반미세력이니 외부세력이니 딱지를 붙여댄다.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의 양극단에 일베-진박으로 불리는 극우세력과 통진당-친문으로 불리는 극좌세력이햇빛 스펙트럼의 양끝처럼 또렷이 보인다. 이들과는 어떤 진지한 대화나 토론이 어렵다. 양 세력간 대화는 아예 불가능하고, 중간에 서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들과 대화하기가 불편하다. 토론이 상실된 집단은 중국의 홍위병,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일본의 가미가제 같은 것이다. 일로매진, 일방통행 밖에 없다.
공룡이 힘이 없어 멸종했나, 덩치가 적어 멸종했나?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는 재임 5년간 극우세력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노사모라는 집단의 위로를 받고, 힘들 때마다 그들을 찾았다. 노사모에 가면 편안하고, 행복하고, 기운이 났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노사모 안에도 노무현의 정치철학과 인생철학을 흠모하여 따르는 사람보다는 '무조건' 지지하는 광팬들이 많았다. 이들은 사실상 '홍위병'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노무현은 힘들 때마다 그들에게 의지했다. "난 노무현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 좋아하는 이유가 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광신도라고 한다.
아무리 지지자라도 아닌 건 아니다, 틀린 건 틀리다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현명하던 노무현도 노사모 앞에서는 진영 논리에 빠져 이들을 오늘날의 <친문세력>이라는 괴물로 길러놓았다.

민주주의란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중을 설득하는 정치가 아니다. 대중의 뜻을 잘 듣고, 그중 가장 큰 뜻을 모아 정치 신념에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노무현은 노사모의 뜻이 대중의 뜻인 줄 착각한 적이 몇 번 있다.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진박들의 뜻이 대중의 뜻인 줄 착각하는 것처럼. 그래도 노무현은 제주해군기지, 새만금, 아프가니스탄 파병, 한미FTA처럼 자신을 지지하는 노사모와 뜻을 완전히 달리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그래서 노무현이 위대한 것이다. 사사건건 진박과 영남세력에만 의존해 국민 대다수의 뜻과 다른 길로 달리는 박근혜와 차별이 되는 부분이다.

우리 사회가 극단으로 갈리다보니 <국제시장>에서 4.19와 5.16과 10.26과 5.18이 통째로 빠져나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인천상륙작전>이란 영화를 보면서도 월미도 살던 국민들이 유엔군 폭격으로 수백 명(진실화해위 추산 100명, 월미도 주민 주장 수백 명)이 네이팜탄에 불타죽은 사실을 까마득히 깨닫지 못한다. 또 엄청난 사전 포격이 이뤄진 인천 역시 적지가 아니라 인민군이 너무 빨리 내려와 졸지에 남은 우리 국민들이 사는 도시였다. 피난을 가지 못한 우리 국민이 사는 도시인데, 이들을 현지 인민군과 같은 것으로 간주한 미군은 엄청난 공중폭격, 포격을 가한 것이다. 당시 적지이던 삼척, 영덕, 군산에도 엄청난 양의 폭탄을 퍼부었다. 이 폭탄에 죽을 사람은 인민군보다는 우리 국민이 더 많았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사실 이렇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고인과 근조란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자는 제안 중 내가 인용한 노무현 대통령 관련 글로 발칵하는 극우 하나를 만났다. 그는 격렬히 노무현을 저주했다. 바로 삭제했다. 노무현이란 이름만 나와도 발작하는 극우, 박근혜란 이름만 나와도 닭이니 년이니 하면서 저주하는 극좌, 모두 마땅찮다.
노무현이 온갖 구설, 비난에도 임기를 채웠듯이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부정선거 등이 사실이면 임기 끝난 뒤에 수사하면 되는 일을 임기 내내 그러면 못쓴다. 면책특권이 있는 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5년 내내 거품 물듯이 그러면 안된다는 뜻이지 사안 자체를 덮자는 말이 아니다.

결국 민주주의 성패는 구성원의 지적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노벨과학상을 0개 탄 나라로서 이런 갈등과 분열은 당연한 응보다. 감당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내 복의 한계다.

-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도 나는 하얀 연꽃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