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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돈 밝히는 한국불교에 실망해 떠나겠다는 현각에게

붓다를 스승으로 모시며 사는 내가 절에 나가지 않은 지 10년쯤 돼간다.

그런데 미국인으로서 한국 불교 승려로 출가하여 한국 국적까지 취득한 현각 스님이 지금이라도 한국불교 현실에 눈을 뜬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불교승려의 90%는 마구니라고 간주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포항 고석사의 자륜도 있고, 대구 운학선원의 혜월도 있고, 열린선원의 법현도 있다. 그밖에도 좋은 스님들을 몇 더 안다.

나는 싫으면 즉시 싫다 하고 좋으면 즉시 좋다 하는 성질 때문에 일찌감치 불문출입을 중단하고 내 집 내 서재에 부처님 모시고 내 마음대로 불교를 공부해왔다.


나는 바이오코드를 20년간에 걸쳐 개발하면서 한국이든 중국이든 부처님처럼 깨우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내가 보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내가 알지 못하는 '깨달은 분'이 많이 계실 것으로 믿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는 23살 때 '허공잡는 긴 외침(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이라는 선사들의 오도송과 임종게에 관한 연구서를 지어 26살 때 발표했는데, 이때 깨달았다는 이 140여 명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때 깨달은 이는 붓다와 붓다시대 아라한들, 나가르주나 등 중흥기의 여러 분들, 달마 대사 정도만 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시인 내지 달변가 정도로만 보았다. 일본에는 두세 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깊이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 불교 승려들의 행태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 관찰을 해보니 중생제도는커녕 그들의 제도대상인 중생만도 못한 자들이 가사장삼 입고 중노릇하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무슨 업보를 받으려고 저리 용감무쌍한가 의심했는데 장본인들은 끄떡없다. 저러면 업보가 수백 생에 이르도록 뿌리가 깊어질 텐데 저래도 될까 싶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추구하고 권력과 영화와 쾌락을 찾아다녔다.

현각이 아마 그 일부분을 본 듯하다.


하지만 현각의 주장은 어린애같은 소리다. 어느 불교인들, 어느 종교인들, 어느 사회인들 안그런가.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지 지금이 부처님이 사리불 불러 금강경을 논하는 시대가 아니잖는가.


나는 비록 절에는 안나가지만 승려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자기 죄를 짓는 게 불쌍할뿐 한편으로 고마운 점도 있기 때문이다.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려면 수백억원을 써야 하고, 본사 주지쯤 차지하려면 몇십억을 쓰고, 종회의원이 되려면 도반들 찾아다니며 몇백만원씩 용돈 뿌린다는 건 나도 들어 안다. 하지만 그들이 룸살롱을 출입하든 펀드와 주식에 골몰하든 애인을 숨겨놓고 즐기든 그들에게 딱 하나 큰 공덕이 있다.

정말 세상을 구원한 큰 스님이 나타날 때 쓸 도량을 이들이 잘 가꾸고 있고, 그래도 팔만대장경 부처님 말씀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러니 미륵불이든 누구든 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저 마구니 같은 권승들을 물리칠 법력을 가진 분들이 없어 그럴 뿐 언제고 그런 분이 오시면 절이며 법당이며 팔만대장경이 오죽 좋은가. 말하자면 붓다는 맨몸만 오시면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잖은가.


그러니 현각은 자신의 도가 부족함을 깨닫고 더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란다. 일본에서 하든 유럽에 가서 하든 그건 뜻대로 따라가면 된다. 부처님에게 언제 스승이 있었으며 도반이 있었는가. 부처님 80평생에도 간난신고가 있었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법력으로 물리치고 오늘날까지 그 말씀이 전해지도록 하셨다. 잊지 마시라.


수행자가 남탓하는 순간 공든 탑이 무너진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용맹정진하기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돈을 주고 받으며 주지직 매매하고, 돈으로 표 매수하고, 좋은 자리 거래하고, 돈으로 표사서 종회의원되고, 다 좋다. 그저 도량에서 목탁 소리며 염불소리만 끊어지지 않도록 해다오. 아침저녁으로 예불하기 귀찮으면 기도승이나 부전승 사서 월급주며 시켜도 괜찮다. 법당과 불법을 지켜주기만 하면 나는 당신들을 용서한다. 아니, 그 공덕으로 층층지옥 중 한 칸 정도는 면할 수 있도로 기도하겠다.


* 중요한 사실 하나 더 : 한국불교가 돈을 밝히든 말든 아무 관계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까마득히 더 많다. 각자 자기가 속한 집단을 개혁하든, 싫어서 달아나든 그건 순전히 개인의 일이다. 한국에는 기독교, 천주교 등 다른 종교도 많고, 불교에도 조계종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종단이 있다. 종교 말고도 신경써야 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인간사는 천만사다. 수천년 전부터 개혁 외친 사람은 많지만 여전히 해가 뜨고 진다. 대단한 일 아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가 사는 데를 향해 쏠지도 모를 핵폭탄을 실험하고 로켓과 미사일을 쏴대는 마당에, 열세 살 먹은 아이가 목매 자살하는 마당에....



- 페이스북 소개글

현각스님이 25년 헛도수를 돌린 모양이다.
한국불교계가 어디 도솔천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가.
여긴 지옥이다. 선원에 앉아 몽상하느라고 세상을 잘 못본 모양인데 우리네 삶 자체가 불구덩이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일제 때 징용 징병 위안부 독립군 일본군 돼가지고 죽은 사람이 얼마인 줄 아는가? 육이오전쟁 때 빨갱이 부역자 빨치산 좌익 보도연맹 국민방위군 등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수백만 명이다. 일본군 출신 대통령에게 죽은 사람이며 독재자에게 뒤통수 맞아 죽은 사람도 많다.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사람이 지천인 게 우리 세상이다.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워야만 연명하는 노인들이 수두룩한 이 나라에서, 그나마 경치좋고 공기 맑은 선방에 앉아 늙은 공양주가 떠주는 밥 먹고, 예쁜 보살들이 사주는 가사장삼 입고, 불전함 뒤집으면 언제나 쏟아져나오는 그 돈으로 구경다니고, 이 날 이때까지 이처럼 살았으면 영광인 줄 아시기 바란다. 스승도 없었으며 제자도 없었으며 도반도 없던 부처님 생각하면 행복한 투정이란 걸 알 수도 있으련만, 더 공부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