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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랍스터는 왜 죽지 않기로 결심했나?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110세가 된 랍스터(Lobster, 바닷가재)가 잡혀 뒤늦게 구조되었지만 이송 중 죽었다고 한다.

문제는 랍스터 나이 110세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랍스터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육이 늘고 각질이 딱딱해지면서 생식능력도 세진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생물학자들은 랍스터가 영생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세포의 텔로미어(telomere ; 세포마다 붙어 있는 알람으로 정해진 분열횟수에 이르면 자살하도록 유도한다)가 늘 활성되는 모양이다. 즉 인간세포처럼 일정 분열 한도(인간은 평균 51회)에 이르러도 자살하지 않고, 그대로 산다는 것이다.(영생한다 해도 생존 조건 안에서만 그런 거고 그 조건이 달라지면 언제든 죽는다. 바이러스가 영생할 수 있지만 타죽거나 말라죽을 수 있듯이. 110세 랍스터도 이송 중에 스트레스와 수분 부조 등 문제로 영생하지 못했다)


* 세포 자살 관련 글

<오토파지와 에이팝토시 세포자살, 그리고 영생 유전자>

<자살의 과학>


여기서 한번 생각해본다. 해파리 등 영생 생명체는 뜻밖에도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 물론 지구환경이 이들의 영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조건이 완전한 실험실에서야 영생하겠지만(헬라세포처럼. 1951년 분리된 암세포인 헬라세포는 실험실의 안전한 조건에서 지금까지 5천만 톤이 배양되었다. 현재 세계 여러 연구소에 분양되어 계속 배양 중. 헬라세포 자세히 보기) 지구환경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살아남은 누군가가 분열을 통해 증식하는 것이지 대를 이어가는 능력에서는 인간 등 동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고등동물인 인류는 여러 가지 다른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늙은이보다 젊은이가 생존가능성이 항상 더 높기 때문이다(인간이 영생한다면 지구는 늙은이로 가득 차고, 그러면 종의 생존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아무도 죽지 않는 인간 세상을 상상해보라) 


그러니 혹시라도 영생을 꿈꾸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지구환경, 태양계환경, 은하계환경이 그리 만만치 않다. 죽을 때가 되어 리셋(자식을 통해 재생한다는 의미. 그 밖에도 환생이라는 뜻이 있는데 매우 불교적이며 철학적인 개념이지만 나는 과학적으로 확신한다)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걸 인류유전자는 10만 년 전에 이미 깨달았다. 이건희처럼 죽어도 죽지 못하는 인류가 너무 많아졌다.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들,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좀비처럼 육신만 살아 있다. 인류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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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기사 보기>



기사 이미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화제가 된 110세 랍스터 소식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니다.

'래리'라고 불린 이 랍스터는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식당에서 구조돼 수족관으로 옮겨지던 중 죽었지만, 래리의 '동년배'들이 바닷 속 어딘가에 많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고급 식재료로 유명한 랍스터는 알고보면 대표적인 장수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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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는 수명에 관여하는 텔로미어(염색체의 말단 부분)를 복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텔로미어의 파괴를 막는 효소(텔로머라아제)를 항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생물학적으로 노화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엄밀히 말하면, 랍스터는 장수동물이 아니라 영생하는 동물이라는 게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랍스터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증가하고 껍데기는 더 단단해지며 생식 능력도 왕성해진다. 막 태어난 새끼 랍스터는 길이가 평균 8mm 정도이지만 110세로 추정되는 래리는 몸무게가 15파운드(약 6.8kg)에 달했다.

랍스터의 생명력은 과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 대상이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통해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밝혀낸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는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