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성을 쌓는 자, 반드시 망한다

1998년 헬기를 타고 동몽골 투르크 비문을 찾아간 적이 있다.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꿀을 바른 달콤한 말을 믿지 말라. 우리가 얼마나 당한 줄 아느냐?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 


투르크의 명장 톤유크(暾欲谷)의 말을 새겨놓은 것이다.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칸은 대도(지금의 베이징)에 큰 궁전을 갖고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겔(유목용 천막)에서 살았다. 그들은 성에 살면 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꿀을 바른 달콤한 말, 주로 성을 쌓고 사는 자, 울타리를 치고 저희끼리 패권을 일삼는 자들이 주로 이런 거짓말을 즐긴다.


- 진시황 등 중국에 선 수많은 나라 수많은 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러나 만리장성은 단 한 번도 외적을 막아본 적이 없다. 이 성을 뚫고 흉노가 들어와 유방을 무릎 꿇렸으며, 칭기즈칸이 들어와 금나라를 복속시켰으며, 여진족이 들어와 명나라를 없앴으며, 일본군이 들어와 남경까지 치고 내려갔다. 만리장성은 관광용 외 다른 가치가 없다.


이 말은, 물이 오래 괴어 있으면 썩는다는 말과 같다. 인간사회가 교류와 소통을 중지하면 내분이 일어나 당쟁이 들끓고, 전쟁 같은 위급한 일이 생겨도 말싸움하다 적의 포로가 된다.

우리나라가 딱 이 지경이다.

친박과 친문 양 극단 세력은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자기들만의 언어로 말한다. 상대에 대해서는 척화비를 때려박아 절대 말도 섞지 말고, 만나지도 말라고 요구한다.


- 물따라 바람따라 풀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


조선시대에는 당이 다르면 옷도 다르고, 혼인하지 않고, 결코 왕래하지 않았다.

노론 여자는 어깨에 닿도록 쪽을 짓지만, 소론 여자는 뒤통수에 올려붙인다.

노론은 홑으로 만든 단건을, 소론은 겹으로 만든 겹건을 썼다.

여자가 입는 치마의 주름마저 서로 달랐다.


오늘날 친문과 친박들이 각각 자신들의 교주를 향해 달님이니 구국의 지도자니 하면서 헛소리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한다. 성을 쌓는 자, 반드시 망한다. 울타리를 치는 자, 역시 망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 반드시 승리한다.



'파란태양 > *파란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화문 선언 전문  (0) 2017.02.04
정치와 의리  (0) 2017.02.03
독을 깨라 2 / 호주 죄수 사망률  (0) 2017.01.18
독을 깨라 1  (0) 2017.01.15
<세월호 아이들>이 아니고 <세월호 희생자>다  (0) 201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