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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지도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이렇게 반듯해질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미 NBC는 오산의 미공군사령부를 카메라로 훑어가며 전시상황이나 다름없다는듯 호들갑 떨고, 항모 칼빈슨호는 우리 영해로 접근하고, 중국군은 북중 국경에 집결중이며, 일본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는 출처 없는 뉴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나는 역사소설을 주로 쓰다보니 중국, 한국, 일본, 중앙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사는 웬만하면 다 알고, 그밖의 큰 전쟁에 대해서도 전술전략 익히느라 따로 공부했다. 역사소설의 절반은 정치투쟁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감각으로 볼 때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는 전혀 다른 지휘관이다. 오바마는 어린애나 전업주부 같고, 트럼프는 사냥해다 가족 먹여 살리는 전사 같다. 오바마는 시리아 사태와 북핵을 외면하고 미소만 문 채 임기를 마쳤지만 트럼프는 대화든 압박이든 전쟁이든 기어이 해결하려고 들 것이다.

중국이 국경에 15만 명의 병력을 배치한 건 미군의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지만, 급변 사태가 생겼을 때 국경으로 탈출하는 북한 주민들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더 클 것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한반도 사태를 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우리 군도 내부적으로는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전시작전권자 도널드 트럼프가 마련한 선택지가 여러 가지라는데 나는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 다만 트럼프의 선택지 중에 한국 대선 후보가 아는 건 하나도 없고, 설명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온 비지니스맨이라고 볼 때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욕구를 숨기지 않을 것같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나는 통탄스럽다. 내 나라의 중대사에 의견 한 줄 낼 수 없고, 우리 후보들 역시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어차피 미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탄 운명이다. 미국이 전쟁터로 가자면 우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한다. 다시는 우리 조국의 운명이 청나라, 일본, 러시아, 미국 같은 외세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하자. 망하더라도 우리끼리 망하고 죽더라도 우리끼리 죽자. 중국인의 총에 맞아죽지 말고, 일본인의 총에 맞아죽지 말고, 미국인의 총에 맞아죽지는 말자.

이번 대선에서 나는 역사상 처음 보는 매우 독특한 지도자를 선택할 기회를 얻었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며, 정의를 외면하지 않고, 옳고 바름만 추구하는 사람이다. 노무현 역시 이와 비슷한 사람이었지만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져온 깊은 적폐에 눌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지 못했다. 의욕만 너무 앞서다보니 역사에서 튕겨져나갔다. 안철수는 노무현보다 더 철저한 원칙주의자요, 정의와 진실과 법의 수호자다. 모든 국민을 다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께서는 지도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이렇게 반듯해질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바로 다음 달에 벌어질 새 세상이다. 물론 시작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더 노력해야 한다. 노무현이 그 첫걸음이었듯 안철수는 그 두번째 걸음이다. 결코 완성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한달 뒤 닥쳐올 우리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만 한다.

* 조각가 진철문의 최근 작품 앞에서 손을 모았다. 지금의 내 기분이 잘 반영되었다.

내가 지어본 제목 <하생하기 싫은 천상의 미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