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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황금탑

"붓다여, 저의 죽음을 허락하소서"

붓다여, 저의 죽음을 허락하소서


붓다의 나이가 80세가 넘자 붓다보다 나이가 많은 제자인 목련과 사리불이 죽을 때가 다가왔다. 붓다는 두 사람이 곧 열반에 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모두들 슬픔에 빠졌다. 두 존자는 붓다의 2대 제자로 불릴만큼 승가의 기둥이자 대들보였다. 특히 사리불은 지혜제일이라고 하여 붓다를 대신해 설법하는 일이 많았다. 또한 사리불은 붓다의 외동아들 라훌라의 후견인이기도 하다. 사리불의 지혜는, 붓다에게 악마처럼 대들던 데바닷다를 설득해 귀의시키고, 그를 붓다의 신실한 제자로 만들만큼 뛰어나다.

목련과 사리불 두 존자는 친구 사이다. 붓다를 따른 것도 거의 같은 시기다. 그렇게 평생 붓다를 모시며 공부하고 아나파나를 수련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런 중에 목련 존자가 외도들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진다. 이어 사리불은 목련보다 먼저 열반하겠다며 붓다에게 허락을 구한다. 

붓다가 한 겁 더 머물라고 말하니 사리불은 "세존께서 한 겁 더 머무신다면 저도 열반하지 않고 한 겁 더 세상에 머물겠습니다." 대답한다.

그러자 붓다는 "중생의 수명이 짧아 여래의 수명도 짧다"며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한다. 이에 사리불은 그렇다면 자신도 열반을 늦출 수 없다며 죽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다. 그리고 고향에서 숨을 거둔다.

이어 목련 존자도 붓다에게 열반을 허락해달라고 청하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 채 고향으로 떠나 열반에 든다.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붓다의 심경이 매우 담담하게 묘사된 경이다. 죽음에 대한 붓다의 철학이 잘 나타나 있다. 임종을 앞둔 불제자들에게 이 경을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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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일아함1-26 사의단품 0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붓다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5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왕사성으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려 하였다.

사리불과 천 250명의 제자들도 왕사성으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려 하였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련은 여름 안거를 마치고는 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사리불과 목련을 데리고 왕사성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천 250명의 제자들은 그대들을 위해 여기서 여름 안거를 마쳤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련은 열반하게 되어 있다. 어떠한가, 사리불아. 그대는 마지막으로 비구들을 위해 묘한 법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등이 아파 조금 쉬고자 한다."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몸소 승가리를 접어 오른쪽으로 누워 두 다리를 포개고 생각을 매어 밝은 데 두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처음에 계율을 받고 반 달을 지나 네 가지 말재주를 얻어 증득하고 그 이치를 완전히 알았습니다.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분별하고 설명하여 그대들을 알게 하겠습니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시오."

"그리하리다."

하고 비구들은 사리불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어떤 것이 네 가지 말재주로서 내가 그것을 증득하였는가? 첫째는 의변(義辯)이니 나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법변(法辯)을 증득하였고, 법변으로 말미암아 응변(應辯)을 증득하였으며, 응변으로 말미암아 자변(自辯)을 증득하였오.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널리 해설하리니, 만일 네 가지 무리로서 의심이 있거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뜻을 물으시오.

또 여러분이 만일 네 가지 선정(四禪)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물으시오. 나는 설명하리다. 또 여러분이 만일 네 가지 끊기와 네 가지 신통(四神足)과 네 가지 의지(四意止)와 네 가지 진리(四聖諦)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그 뜻을 물으시오. 나는 그것을 설명하리다. 만일 지금 묻지 않으면 후회해야 이익이 없으리라. 또 내게는 지금 세존·무소착·등정각이 가지신 깊은 법과 행하신 일들이 있습니다. 내게 그 이치를 물으시오. 나는 설명하리니 뒷날에 후회하지 말도록 하시오."

 

이 때에 존자 목련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였다. 그 때에 집장 범지들은 멀리서 목련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저이는 사문 고타마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는 저를 에워싸고 때려 죽이자'.

그들은 곧 그를 둘러싸고 제각기 기왓장과 돌로 죽도록 때려 눕히고 그대로 버려두고 떠났다.

때에 목련의 온 몸은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고 심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저 범지들은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을 모두 문드러지게 해 놓고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지금 나는 온 몸이 아프고 매우 고통스러워 동산으로 돌아갈 기운이 없다. 나는 지금 신통을 부려 절로 돌아가리라'.

 

그는 곧 신통을 부려 절로 돌아가 사리불에게로 가서 한쪽에 앉아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저 집장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졌다네. 온 몸의 고통은 실로 견딜 수 없어. 나는 이제 열반에 들고 싶어 존자에게 하직하러 왔소."

사리불은 말하였다.

"존자는 세존의 제자 중에서 신통이 제일 아닌가. 큰 위력이 있는데, 왜 그 신통으로 그것을 피하지 않았는가?"

목련은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지은 업은 매우 깊고 무겁다네. 그 갚음을 받기 위해 마침내 피하지 않았지. 내 스스로 받은 것이지 그 갚음을 받는 것이 아니라네. 그리고 나는 지금 몸의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자네에게 와서 하직하고 어서 열반에 들고 싶다네."

사리불은 말하였다.

"여러 비구·비구니로서 네 가지 신통을 닦고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하는 사람은 그 생각에 겁을 머물게 하고 싶으면 그 겁이 지나도록 열반하지 않는데 당신은 그 겁을 머물지 않고 열반하려 하는가?"

목련은 대답하였다.

"그래, 사리불 존자. 여래께서도 '만일 비구·비구니로서 네 가지 신통을 닦은 사람은 목숨을 머물게 하여 겁을 지내려 하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 그러나 다만 여래께서 겁을 머무르게 하여 살아 게신다면 나도 겁을 머무르게 할 수 있어. 그러나 지금 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잖은가. 중생들은 수명이 매우 짧다네. 또 나는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가 없어. 그리고 내 몸의 고통이 너무 심해 어서 열반에 들고만 싶어."

사리불은 말하였다.

"목련 존자, 잠깐 기다려주게. 내가 먼저 열반에 들고 싶다네."

목련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에 사리불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지금 열반에 들고 싶습니다. 원컨대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사리불은 두 번 세 번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곧 저는 열반에 들고 싶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한 겁을 머물게 하여 한 겁을 더 지내지 않는가?"

사리불은 사뢰었다.

"저는 친히 세존께 들어 배우고, 또 친히 스스로 받들었습니다. '중생들은 받은 목숨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도 백년을 지나지 못한다. 중생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일 여래께서 한 겁 동안 목숨을 더 머무신다면 저도 한 겁 동안 목숨을 더 머물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불의 말과 같이 중생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의논할 것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과거의 먼 아승지 겁에 선념서원 여래·아라한·등정각이라는 붓다가 세상에 나오셨다. 그 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8만세로서 중간에서 일찍 죽는 이가 없었다.

그 선념서원 여래께서는 성불할 때에 그 날로 한량이 없는 붓다를 화해 만들고 한량이 없는 중생을 성취시켰는데, 삼승의 행에 있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고, 다시 한량이 없는 중생을 성취시켜 네 성받이 집에 있는 이도 있었으며, 다시 한량이 없는 중생을 성취시켜 네 천왕궁·야마천·도솔천·화자재천·타화자재천·범가이천·욕계천·색계천·무색계천에 있게 하고는 바로 그 날로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열반에 드셨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중생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수명도 짧다'고 말하였다. 어떤가, 그대는 또 '여래가 한 겁을 머물게 하여 한 겁 동안을 더 지내신다면 나도 한겁을 머무르게 하여 한 겁 동안을 지낼 것이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중생은 여래의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을 알지 못한다. 사리불이여, 알아야 한다. 여래에게는 네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있다. 그것은 소승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세계의 불가사의와 중생의 불가사의와 용()의 불가사의와 불토 경계의 불가사의이다. 사리불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불가사의이다."

사리불은 사뢰었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네 가지 불가사의가 있습니다. 세계·중생·용궁·불토는 실로 불가사의합니다. 그러하온데 저에게는 늘 '석가모니 붓다께서는 마침내 한 겁도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 여러 하늘들이 저에게 말합니다. '석가모니 붓다는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이 80이 가까왔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시리라'. 저는 지금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 없습니다. 또 저는 친히 여래에게서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여러 붓다의 그 우두머리 제자가 먼저 열반에 든 뒤에 붓다도 열반에 드신다. 또 최후의 제자가 먼저 열반에 든 뒤에 오래지 않아 세존도 열반에 드실 것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이윽고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사리불은 곧 여래 앞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첫째 선정에 들었다.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허공 경계·의식 경계·아무 것도 없는 경계·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 들고,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일어나 아주 사라진 선정에 들었다.

다시 아주 사라진 선정에서 일어나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 들고,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일어나 아무 것도 없는 경계·의식 경계·허공 경계에 들고, 허공 경계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고,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첫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었다.

때에 존자 사리불은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사자분신 삼매라 하는 것이다."

여러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처음 보는 일이다. 참으로 놀랍고 기이한 일이다."

다시 찬탄하였다.

"존자 사리불은 삼매에 드는 것이 저처럼 빠르다."

사리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이내 떠났다.

때에 여러 비구들은 사리불의 뒤를 따랐다. 사리불은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제각기 갈 데로 가시오."

비구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사리불님을 공양하고 싶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여러분, 그만 두시오. 그것으로써 이미 공양은 끝났습니다. 내게는 사미가 있습니다. 그가 내게 공양할 것입니다. 그대들은 제각기 돌아가 도로써 교화하기를 생각하고 범행을 잘 닦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모처럼 나오시기 때문이요. 마치 우담바라 꽃이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 억 겁만에야 한 번씩 나오십니다. 또 사람의 몸을 받기도 어렵고 믿음을 성취하기도 어려우며 집을 나와 여래 법을 배우려 하는 것도 어렵고 모든 행을 아주 없애기도 또한 어렵습니다. 애욕을 남김없이 아주 없애면 그것은 영원히 사라지는 열반입니다.

지금 여기 여래께서 말씀하시니 네 가지 법의 본말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4가지인가? '모든 행은 덧없다.' 이것은 첫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은 괴롭다' 이것은 둘째 법의 본말로써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은 <>가 없다.' 이것은 셋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열반은 영원히 고요한 것이다.' 이것은 넷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네 가지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때에 비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사리불님의 열반은 어이 이다지 빠른가?"

그 때에 존자 사리불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치시오, 여러분. 부디 근심하지 마시오. 변하고 바뀌는 법은 아무리 변하고 바뀌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결코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 수미산도 덧없는 변이 있거든 하물며 겨자씨 같은 몸을 가진 이 사리불이 어떻게 그 근심을 면하겠습니까. 여래의 금강 같은 몸으로도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시겠거늘 하물며 내 몸이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대들은 각각 법다운 행을 닦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그 때에 존자 사리불은 절에 돌아가 가사와 바루를 두고 대나무 동산을 나가 출생지인 본 고장을 향해 떠났다.

그는 걸식하면서 차츰 마수국에 이르렀다. 그는 출생지 마수국 본 고장에서 노닐다가 병을 만나 고통이 심하였다.

때에 그에게는 오직 균두 사미가 있어 그를 보살폈는데 우선 더러운 것을 받아 치우고 깨끗한 것을 이바지하였다.

이 때에 제석천왕은 사리불의 심정을 알았다. 그는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33천에서 내려와 사리불의 처소에 나타났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다시 두 손으로 사리불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자기 성명을 일컫고 말하였다.

"나는 제석천왕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유쾌하오, 제석천왕이여. 수명이 무궁하시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님께 공양하려 합니다."

"그만 두시오, 제석천왕이여. 그로써 공양은 끝났습니다. 모든 하늘이 청정하고 아수라와 용과 귀신과 하늘 무리들이 다 청정합니다. 내게는 사미가 있어 넉넉히 심부름할 것입니다."

제석천왕은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복업을 짓고 싶습니다. 내 소원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님께 공양하고 싶습니다."

사리불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제석천왕은 몸소 똥을 받으면서 괴로움을 꺼려하지 않았다.

 

사리불은 그 밤으로 열반에 들었다.

그 때에 땅덩이는 여섯 번 진동하면서 큰 소리를 내고 하늘꽃은 비처럼 내리며 온갖 하늘풍류를 아뢰고 모든 하늘은 허공을 막았다. 신묘한 하늘들은 쿠무다 꽃을 뿌리고 혹은 찬다나의 가루향을 그 위에 뿌렸다. 사리불이 열반에 들자, 하늘들은 허공에서 슬피 울고 부르짖으면서 어쩔 줄을 몰랐고, 허공의 욕심 세계 하늘·형상 세계 하늘·무형 세계 하늘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마치 봄날의 실비가 부드럽게 내리는 것처럼, 그 때도 그러하여 지금 존자 사리불님의 열반은 어이 이다지 빠른가.”고 하였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온갖 향을 모두 모아 존자 사리불의 몸을 화장하고 갖가지로 공양한 뒤에 그 사리와 가사와 바루를 거두어 균두 사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네 스승님의 사리와 가사와 바루다. 가져가 세존께 올려라. 그리고 이런 사실을 세존께 갖추 사뢰고 만일 무슨 말씀 계시거든 곧 그대로 받들어 행하라."

균두는

"그리하겠습니다, 제석천왕님."

하고 대답하고 가사와 바루와 사리를 가지고 아난다에게 가서 아뢰었다.

 

"제 스승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사리와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와서 세존께 올리려 합니다."

아난다는 그것을 보고 곧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말하였다.

"너도 들어오너라. 세존께 같이 가서 이 사실을 사뢰고 만일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그대로 받들어 행하자."

"그리하겠습니다, 존자님."

아난다는 균두 사미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이 균두 사미가 저에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제 스승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와서 여래께 올리려 합니다.'. 저는 지금 마음이 괴롭고 정신이 아찔하여 동서를 분별하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니 못내 마음이 아프고 슬퍼집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아난다야. 사리불 비구는 계율을 지킨 몸으로써 열반에 들었는가?"

아난다는 사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가, 아난다야. 사리불 비구는 계율의 몸·선정의 몸·지혜의 몸·해탈의 몸·해탈지견의 몸으로 열반에 들었는가?"

아난다는 사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계율의 몸·선정의 몸·지혜의 몸·해탈의 몸·해탈지견의 몸으로써 열반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리불 비구는 항상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좋아해 만족할 줄을 몰랐고, 비구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기에 만족할 줄을 몰랐나이다. 저는 지금 사리불님의 너무나 많은 깊은 은혜를 생각하고 슬퍼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아난다야. 근심하지 말라. 덧없는 것을 언제나 있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다. 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가, 아난다야. 과거의 모든 붓다도 다 열반하시지 않았는가? 마치 심지에 기름이 다하면 등불은 곧 꺼지는 것처럼 보장·정광 여래로부터 지금의 일곱 붓다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열반에 들지 않았는가?

그와 같이 벽지불로서 심제·고칭·원문 니차우니·반차가라·우반가라 등 그러한 벽지불도 다 열반하시지 않았는가? 이 겁의 처음에는 큰 나라 성왕의 이름을 선열마 하제바라 하였다. 그런 전륜성왕은 지금 어디 있는가? 모두 다 열반하시지 않았는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나니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그 고요함 제일이다.

세존께서는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리불의 사리를 받아 가지고 오너라."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다는 곧 사리를 받아 세존 손에 올렸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사리를 손에 들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사리불의 사리다. 그는 지혜롭고 총명하여, 높은 재주의 지혜와 여러 가지 지혜가 있어 그 지혜는 끝도 없고 밑도 없었다. 그는 빠른 지혜·경편한 지혜·날카로운 지혜·매우 깊은 지혜·자세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고 한적한 곳을 즐겼으며 용맹스런 뜻이 있고 하는 일이 어지럽지 않고 겁내거나 약한 마음이 없으며, 모든 일을 참아 나쁜 법을 없애고 성질이 부드러워 다투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항상 정진을 닦고 삼매를 행하며 지혜를 익히고 해탈을 생각하며 해탈지견의 몸을 닦았다.

비구들이여, 알라. 나는 마치 가지가 없는 큰 나무와 같다. 그런데 비구들이여, 지금 나는 큰 나무로서, 사리불 비구가 열반한 것은 나무에 가지가 없어진 것과 같다.

만일 사리불이 있으면 그 지방은 큰 다행이었다. 그들은 말하였다. '사리불님이 우리 지방에 계신다'. 왜 그러냐 하면 사리불 비구는 외도와 이교도들과 변론하여 항복받지 못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 사리불 존자의 사리. 2500년이 지난 탓에 사리가 부식되고 있다. 이처럼 아라한들의 사리는 세월이 오래 지나면 부식되다가 사라진다. 붓다의 사리는 아직 영롱하다. 미얀마 불교계와 공동으로 황금탑 불사 중인 용인 보문정사 소장 사리.

 

이 때에 마하 목련은 사리불이 열반하였다는 말을 듣고 곧 신통으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이제 열반하였습니다. 저도 지금 세존을 하직하고 열반하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목련은 두 번 세 번 세존께 사뢰었다.

"저도 열반하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또 잠자코 대답하시지 않는 것을 보고 곧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는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루를 챙기고 라아자그리하를 떠나 출생지의 본 고장으로 떠났다. 많은 비구들은 존자의 뒤를 따랐다. 그는 비구들과 함께 마수촌으로 가서 놀다가 중한 병에 걸렸다.

그는 맨땅에 자리를 펴고 앉아 첫째 선정에 들었다.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허공 경계에 들고, 허공 경계에서 일어나 의식 경계에 들고, 의식 경계에서 일어나 아무 것도 없는 경계에 들고, 아무 것도 없는 경계에서 일어나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 들었다. 다시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일어나 불빛 삼매에 들고, 불빛 삼매에서 일어나 물빛 삼매에 들고, 물빛 삼매에서 일어나 아주 사라진 선정에 들었다.

다시 아주 사라진 선정에서 일어나 물빛 삼매에 들고, 물빛 삼매에서 일어나 불빛 삼매에 들고, 불빛 삼매에서 일어나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선정에 들고,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선정에서 일어나 아무 것도 없는 경계에 들고, 아무 것도 없는 경계에서 일어나 의식 경계·허공 경계·넷째 선정·셋째 선정·둘째 선정·첫째 선정에 들고,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공중을 날면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였다.

몸 위로는 불을 내고 몸 아래로는 물을 내며, 혹은 몸 밑에서 불을 내고 몸 위에서 물을 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열여덟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그 때에 존자 목련은 도로 내려와 자리에 나아가 가부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다시 첫째 선정에 들었다.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허공 경계에 들고, 허공 경계에서 일어나 의식 경계에 들고, 의식 경계에서 일어나 아무 것도 없는 경계에 들고, 아무 것도 없는 경계에서 일어나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 들고,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일어나 불빛 삼매에 들었다.

다시 불빛 삼매에서 일어나 물빛 삼매에 들고 물빛 삼매에서 일어나 아주 사라진 선정에 들고 아주 사라진 선정에서 일어나 도로 물및·불빛·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 아무 것도 없는 경계·의식 경계·허공 경계·넷째 선정·셋째 선정·둘째 선정·첫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쩌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고,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자 이내 열반에 들었다.

 

마하 목련이 열반에 들자 온 땅덩이는 크게 진동하고 모든 하늘들은 서로 아래로 내려와 목련을 뵈고 가져 온 것으로 공양하였다. 혹은 갖가지 향과 꽃으로 공양하는 이도 있고 공중에서 풍악을 잡히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존자 목련을 공양하였다. 또 그 때에 나라타촌의 한 요오자나 이내에는 하늘 사람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었고 많은 비구들은 갖가지 향과 꽃으로 존자 목련 위에 뿌렸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5백 비구를 데리시고 왕사성에서 걸식하시면서 세상에 노니시다가 차차 나라타촌으로 가시어 5백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는 사리불과 목거련이 열반한 지 오래지 않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한데 앉아 잠자코 여러 비구들을 관찰하시고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대중들을 관찰하매 텅 빈 것 같구나. 왜 그러냐 하면 이 대중 가운데에 사리불과 목련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사리불과 목련이 나가 노닌다면 그곳은 곧 쓸쓸하지 않을 것이요, '사리불과 목련이 나가 지금 여기 계신다'고 말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사리불과 목련은 넉넉히 저 외도들을 항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모든 붓다가 하시는 일은 참으로 놀랍고 기이하다. 지혜와 신통을 갖춘 두 제자가 열반에 들었지만 나는 아무 근심이 없다. 과거의 항하 모래 수처럼 많은 여래에게도 이러한 지혜와 신통의 제자가 있었고 미래의 여러 붓다가 세상에 나와도 이런 지혜와 신통의 제자가 있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보시의 업이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이른바 재물의 보시와 법의 보시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만일 재물의 보시를 바라는 사람이면 그는 사리불과 목련 비구에게서 구하고 만일 법의 보시를 바라는 사람이면 그는 내게 와서 그것을 구하라.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여래에게는 재물의 보시가 없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오늘 사리불과 목련 비구의 사리에 공양하라."

그 때에 아난다는 붓다께 사뢰었다.

"사리불과 목련의 사리에 어떻게 공양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갖가지 향과 꽃을 모아 네거리에다 네 절의 탑을 세워라. 그 까닭은 만일 누가 절을 세우려면 그는 네 가지 탑을 세워야 하겠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전륜성왕에게 탑을 세워야 하고,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에게 탑을 세워야 하며 벽지불에게 탑을 세워야 하고, 여래에게 탑을 세워야 한다."


- 목련 존자의 사리. 사리불 존자의 사리와 함께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 미얀마 불교계와 공동으로 황금탑 불사 중인 용인 보문정사 소장 사리. 9월 10일, 미얀마 종정 스님이 황금탑 불사를 위해 한국에 오신다.


아난다는 사뢰었다.

"어떤 이유로 여래에게 탑을 세워야 하며, 어떤 이유로 벽지불과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과 전륜성왕에게 탑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스스로 열 가지 선행과 열 가지 공덕을 닦고, 또 남을 시켜 열 가지 공덕을 닦게 한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자기 몸으로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몸으로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몸으로 음행하지 않고 남을 시켜 음행하지 않으며, 자기 몸으로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거짓말하게 하지 않는다.

또 자기 몸으로 말을 꾸미지 않고 남을 시켜 말을 꾸미지 않으며, 자기 몸으로 질투하지 않고 남을 시켜 질투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몸으로 소송하지 않고 남을 시켜 소송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도 뜻이 바르고 남을 시켜서도 뜻을 어지럽게 하지 않으며, 자기도 바른 소견을 가지고 남을 시켜서도 바른 소견을 행하게 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전륜성왕은 이런 열 가지 공덕이 있기 때문에 탑을 세워야 한다."

아난다는 사뢰었다.

"다시 무슨 이유로 여래의 제자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알아야 한다.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은 다시는 후생몸을 받지 않고 깨끗하기는 순금과 같으며 세 가지 독과 다섯 가지 번뇌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여래의 제자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한다."

아난다는 사뢰었다.

"무슨 이유로 벽지불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벽지불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달아 모든 번뇌를 없애고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탑을 세워야 한다."

아난다는 사뢰었다.

"다시 무슨 이유로 여래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는 열 가지 힘이 있고 네 가지 두려움이 없으며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받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며,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도를 얻게 하고 열반하지 못한 이는 열반하게 하며, 여러 사람들이 보고는 모두 기뻐한다. 그러므로 아난다야, 여래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한다."

그 때에 아난다는 붓다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미얀마의 황금붓다. 붓다 이전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수제자이자 붓다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리불과 목련을 먼저 보내는 스승 붓다의 표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