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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며 비상식적인 나라에서 75톤 로켓엔진을 쏘다

우리나라는 매우 특이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다.

국민 전체의 인지 수준은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며 비상식적이다.

나라가 망할 때는 늘 허망하게 망한다.

임진왜란 때 15일만에 한양이 함락되어 왕가 대신들이 달아난다든가, 병자호란 때 속수무책으로 왕가 대신들이 남한산성으로 숨어들었다가 끌려나와 항복한다든가, 구한말에 일본과 러시아와 청 사이에서 속수무책으로 일본에 강점당한다든가, 육이오전쟁 때 3일만에 서울을 빼앗겨 한밤중에 대통령이 도망간다는가 하는 것 등이 그런 예다. 1997년의 국가부도 사태인 외환위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사람이 혹은 몇몇이 경계를 하고 위험을 알리기는 하지만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나라에서 과학이 발달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노벨 과학상을 단 한 개도 못받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앞서가는 사람 씹거나 목덜미 잡아채고, 무작정 우기고, 떼지어 몰려다니고, 이익이 되면 아무나 형님아우 불러대며 술이라고 볼 수 없는 물탄 소주나 퍼마시는 환경에서 어떻게 과학자가 나오고 뛰어난 예술가가 나오겠는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마침내 75톤 우주로켓용 엔진을 개발해냈다. 2021년 우리 힘으로 발사할 예정인 한국형발사체에 탑재할 로켓 엔진이 먼저 개발되어 시험발사한 것이다. 이 엄청난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전세계에 10개국 뿐이다. 비록 노벨과학상은 받지 못했지만, 이 분야에서 우리 민족은 남한과 북한 두 나라가 이름을 올렸다.

10개국 명단은 이러하다. 개발 순서대로 적는다.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프랑스(1965년), 일본(1970년), 중국(1970년), 영국(1971년), 인도(1980년),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 남한(2018) 순이다.

다만 우리의 라이벌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38년이나 늦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처럼 늦은 이유가 미국 탓이라고 둘러댈 빠들이 있겠지만, 원자탄 두 발 맞고 무너진 일본은 우리보다 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지만 38년 전에 개발에 성공했으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근거없이 주둥이로만 짱깨니 쪽발이니 해봐야 입으로만 애국하는 그런 자들은 국가 위기 때 아무 구실도 못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세계적인, 혹은 인류사적인 과학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금속활자만 해도 세계 최초의 발명이지만 우리는 이 활자로 찍어낸 책을 국민들에게 읽히지 못하고, 한 줌도 안되는 왕실과 사대부만 몰래 읽었다. 이에 비해 훨씬 나중에 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의 기술은 성직자와 지식인만 읽을 수 있는 양피지 성경을 종이 성경으로 대량 인쇄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게 했다. 인쇄된 지 2주만에 독일 전역에 성경이 배포되고, 두 달만에 전유럽에 퍼졌다. 이런 게 기술이지 금속활자로 왕실 문서나 인쇄하여 창고에 보관하고, 불경 몇 권 찍어 탑에 넣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금속활자는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1377년(비공식 1302년) 금속활자를 발명했지만 한문 불경 몇 권을 인쇄했을 뿐이다. 한문은 우리말을 적는 문자가 아니라 중국인들이 쓰는 문자다. 하지만 1450년, 뒤늦게 금속활자 기술을 알아낸 구텐베르크는 다행히도 자신들의 문자를 가진 독일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험 인쇄를 독일어 성경으로 삼을 수 있었다.


고려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종이 한문이 아닌, 조선인들이 말하는 언어를 그대로 적을 수 있는 한글을 발명한 게 1443년이다. 그렇다면 이때라도 널리 한글 인쇄물을 만들어 퍼뜨렸다면 조선은 그렇게 허망하고 무기력한 비문명국 비문화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글은 비록 왕이 직접 만든 문자이긴 하나 조선조 내내 천대받다가 서양 사람 존 로스 목사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목사인 그는 만주에 머물면서 조선 전도를 꿈꾸었다. 천주교는 이때 성경을 한문으로 번역, 오직 양반 사대부를 겨냥해 문제만 복잡하게 일으켰다. 하지만 존 로스는 천주교 실패를 거울 삼아 민중이 읽을 수 있는 한글로 성경을 번역하기로 결심, 만주에 드나들던 평안도 사람들과 함께 몇 년에 걸쳐 영어 성경을 번역해냈다. 존 로스는 이 한글성경을 1882년에 처음 출간하여 압록강 너머 조선으로 들여보냈다. 그런데 이때 존 로스가 쓴 활자는 고려의 금속활자나 조선의 목활자가 아니라 일본의 납활자였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어 놓고도 기껏 일본에서 한글 납활자 4만 개를 주문해다 중국에서 인쇄를 하다니! 이게 조선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한다. 사기범죄가 가장 많은 나라라니, 거짓말하는 놈도 많고 속는 놈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런 풍토에서 과학을 말해봐야 통하질 않는다. 사주, 부적, 굿, 관상, 풍수 등 미신은 번창할지언정 과학은 외면당한다.

우리 글조차 기본 띄어쓰기를 모르고, 문장 한 줄 구성하기도 벅찬 실력으로 SNS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식인이며 과학자는 드물고 아마추어가 프로를 밟아 넘겨뜨리며 우기고 떼쓰는 사람들 밖에 잘 보이지 않는다.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저주하고 비난하고 폭행하는 벼라별 빠가 나라 근본을 흔드는 수준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뭔가를 해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로켓엔진 개발자들은 며칠 뉴스에 오르다가 곧 시들해질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생각하느냐면, 로켓엔진 관련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항우연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기사로 내보낼 뿐 연구하거나 의심하면서 쓴 기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자들까지 이 수준이다.


한 가지 예로 항우연에서는 발사 시각을 정확히 소개했지만 언론은 대개 '28일'이라든가 '28일 오후'라든가 '28일 오후 4시'에 발사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항우연 자료에는 분명히 오후 4시 00분이라고 정확히 나와 있지만 누구도 '00'분이라고 쓴 언론이 없다. 4시 00분이란 3시 59분 60초가 되자마자 발사했다는 뜻이다. 1초를, 1mm를 10억 분의 1까지 나눠쓰는 과학이 이 시대를 이끌고 있지만 우리 언론은 이러하다.


나는 우리말 사전 15권 정도를 써왔다. 그러면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말은 한국인이면 다 아는 거 아니냐, 그런데 웬 사전을 15권이나 만드냐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건 아니다. 제 혓바닥으로 굴려 제 입으로 내보내는 언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게 일본어인지 중국어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주체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난 일본한자어를 쓰기 싫어서, 그리고 뜻도 모르면서 글을 쓰기가 싫어서 더 자세한 우리말 사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소설가가 아니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우리말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로서,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아 가족과 더불어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무 생각없이 일본어 문법, 영어 문법으로 우리 글을 쓰고, 일본어 사전 베껴다 만든 우리말 사전 어휘로 글을 쓰는 대열에 나는 서고 싶지 않았다. 하루를 살아도 진실 안에서 살고, 내 인생이 진실 안에서 빛나기를 소원했다.


내가 이번에 발표한 <우리말 어원 사전>을 보면, 사람들은 뭐하러 어휘의 생년월일까지 일일이 조사했을까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나는 뭐든 기초를 중시한다. 기초없이 서는 건축물은 없다. 우리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우리 글로 쓴 논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원인이 우리말에 있다. 그래서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현재는 ~ 우리말 잡학사전)>을 1994년에 처음 펴낸 이래 <우리말 어원 사전> <우리 한자어 사전> <우리말 숙어 사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을 펴내고 <우리말 도량형 사전> <우리 궁중어 사전> <우리말 은어 사전> 등을 출간 준비 중이다.


이런 일을 하는 내 마음은 항공우주연구원의 그 기술자들 마음과 같다. 그냥 하는 것이다.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고는 상상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그 요긴함을 알 것이기 때문에 벽돌 하나 놓는 마음으로 해나간다. 내가 다 못하면 누군가 할 것이니 욕심부릴 것도 없다.


저승이라는 데가 있다면, 세종 이도는 아마 그가 만든 훈민정음이 자신의 왕국에서 쓰이지 못하는 걸 보고 애를 태웠을 것이다. 그런데 수백 년이 지나 하필 스코틀랜드인 목사가 자신의 발명품을 멋지게 써 줄 줄 몰랐을 것이다. 조선인도 아니요, 조선이 그토록 숭상하던 유교 신자도 아닌 남의 나라, 남의 종교를 믿는 사람이 세종 이도의 꿈을 이뤄준 것이다. 존 로스가 없었다면 조선은 아마도 한문 한자를 계속 쓰든가, 일본에 강점되어 일본어와 가나를 쓰는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우리는 좀 더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역진화한다. 날뛰고 속이고 훔치고 할퀴면서 짐승처럼 살아야 한다. 자신의 삶과 공간을 세렝게티 초원처럼 만들 건지 도솔천처럼 만들 건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성공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