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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묻는다. 그대는 누구인가?

묻는다.

그대는 누구인가?


<더 긴 글은 여기>


미얀마 단기 출가 중 끊임없이 자문한 내용이다.

내 몸의 적혈구는 4개월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피부세포는 몇 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대략 7년이면 내 몸의 모든 원자가 전혀 다른 원자로 완전히 교체된다.

따라서 지금의 나를 이루는 물질은 2010년과 전혀 다르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도 나인가?

그렇다. 해마에 저장된 기억이 있다.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

7년마다 내 몸이 완전히 교체되었다면 나는 벌써 여덟 번 바뀌었다.

기억을 제외한 모든 신체가 죽기를 일곱 번이나 했다. 

이걸 환생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 여덟 번의 원자 교체 때마다 내 기억은 실처럼 연결되어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내가 죽음 따위를 왜 두려워한단 말인가.


*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면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의심은 한다. 치매 환자들이 바로 어제 일어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내가 죽으면 이 기억은 어떻게 되는가?

온몸의 원자가 다 교체되도록 남는 이 기억은 어디로 가는가?


여기 25세의 대학생 찰스 휘트먼(Charles Whitman)이 있다.

방금 아내와 어머니를 죽인 직후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책상에 앉아 유서를 쓴다.


- 요즘 나 자신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나는 평범하고 합리적이고 영리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수많은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번뇌와 잡념에 시달렸다...... 내가 죽은 다음에 내 시신을 부검하여 혹시 어떤 물리적 장애가 있는지 확인해주기 바란다. 


이튿날인 1966년 8월 1일, 찰스 휘트먼은 텍사스대학교 타워 전망대로 올라가는 승강기에 탔다. 

그는 즉시 아래에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13명이 총상으로 죽고 33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출동하고, 그는 결국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


경찰은 그가 매우 성실한 대학생이었으며, 이글 스카우트(Eagle Scout ; 보이스카우트 중 가장 우수한 대원)라는 사실에 놀라 그의 유서대로 부검을 의뢰했다. 도무지 총기 난동 사건을 일으킬 아무런 이유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그의 뇌가 열렸다.

5센트 짜리 동전만한 종양이 발견되었다. 이 종양이 휘트먼의 편도체를 누르고 있었다.

그의 편도체는 이 종양의 압박으로 공포 및 공격 본능이 자극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묻는다.

그대는 누구인가?

찰스 휘트먼은 범죄자인가?

찰스 휘트먼의 편도체가 범인인가? 아니면 종양이 범인인가?


대부분의 인간은 각자 자신의 기억이 조종하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일 뿐이다. 매트리스에 갇혀 기억에 따라 움직이는 A.I다.

그걸 아바타라고 한다.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입는 인체, 아바타라(Avatāra)에서 온 말이다.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라면 당신은 지금 아바타이고, 하늘에 있는 당신의 본질인 신은 V.R.(Virtual Reality)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아나파나 사티를 하라.


* 12월 4일 오전 2시 50분에 우리 어머니가 아바타를 벗고 하늘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지금 추모글 삼아 이 글을 쓴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반야를 구하는 이가 있다면 그 공덕이 어머니에게 돌아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