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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48회 / 장((匠)과 공(工), 말도 서로 싸운다

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9.2.14-48회 / 장(()과 공(), 말도 서로 싸운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신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영어 artisan은 장인, 기능보유자라는 설명과 함께 장인(匠人)으로 번역된다. 독일어 Meister하고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은 도공, 철을 다루는 사람은 철공인데, 이런 사람들도 국가기능보유자로 지정되면 공이 아니라 갑자기 장이 되고 만다.

왜 그럴까?

공보다 장이 더 높다는 뜻일까?

아니다. 원래는 공이 더 높았다.


원래 匠은 한자 발생 초기에는 도끼나 손도끼, 자귀 등으로 나무를 다루는 사람을 가리켰다. 즉 오늘의 목수다. 이 시절에 장인이라고 하면 목수를 가리켰다.

하지만 오늘날 국가 장인을 보면 목수만이 아니고 여러 분야의 기능인들이 다 포함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원래 匠은 철이나 도자기를 다루는 工보다 아래에 있는 개념이었다

원래 도공(陶工)이라고 하지 도장이라고 하지 않고철공소라고 하지 철장소라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도 공대이지 장대가 아니다. 이때는 도공이나 철공을 장인이라고 부르면 낮추는 말이었다.

그러다 집짓기 기술이 등장하고, 궁궐 같은 대규모 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장인의 지위가 쑥 올라가버렸다. 즉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에 매우 귀한 물건으로 취급받던 철기구와 도자기가 집의 부속물로 들어오면서 공()이란 개념이 장(匠)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내가 우리말 한자어 사전에 정성을 들이는 것은 한자를 많이 쓰자는 뜻이 아니다. 이미 우리말에 들어와 있는 한자의 뿌리가 2000년 이상 깊이 뻗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새로 말을 만들 때에도 한자를 쓴다. 공무원들 머릿속에는 한자 밖에 없다. 새로운 말은 다 한자어 투성이다. 거기에 외국물 먹고 들어온 사람들은 영어로 말을 만들어 한자 아니면 영어가 판을 친다.

그러느니 필수 한자 정도는 그 뜻을 새겨 우리말 자산으로 삼자는 게 내 기본 생각이다. 안그러고 일본 통해 들어온 일본 한자어에 익숙해지면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다.

우리 한자어에는 한국 역사와 한국인의 사상이 담겨 있다. 이런 건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

난 한문 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살아왔지만 내 소설이나 작품 어디에도 어려운 한자어를 쓰지 않는다. 도리어 한자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려운 벽자를 즐겨 쓴다. 소설가 중에도 그런 콤플렉스를 갖고 독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있다.

난 벽자는 버리고 꼭 필요한 500자 정도의 한자만 잘 써도 우리말이 풍부해지고 윤택해진다고 믿는다. 우리말은 흡수력이 워낙 좋아 영어든 프랑스어든 한자든 쉽게 빨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장점을 써야지 남 따라다니면 우리말이 사라질 수도 있다.


- 태이자 이재운 우리말 사전 시리즈 이미지


47회 / 교양과 교육, 대체 뭐가 다른데?

46회 / 구정이란 말 쓰지 말라

45회 / 우리말의 '과거' 표현법은 무엇인가?

44회 / 나전칠기란 무엇인가?

43회 / 왜 한나라를 한국(漢國), 원나라를 원국(元國)이라고 안쓸까?

42회 / 제사도 안지내면서 형은 무슨 형?

41회 / 김 여사라고 부르지 말라

40회 / 1404년 1월 11일부터 점심을 먹었다

39회 / 세계라는 말에 이렇게 깊은 뜻이?

38회 / 상(商)나라는 어쩌다 장사하는 상(商)이 됐을까?

37회 / 수덕사 불상 뱃속에서 뭐가 나왔다고? 

36회 / 대충대충 설렁설렁 얼렁뚱땅, 이래 가지고는 안된다

35회 / 점심 먹으면서 정말 점심(點心)은 하는 거야?

34회 / 불고기가 일본말이라고?

33회 / 메리야스가 양말이라고? 

32회 / 대체 왜 욱일기라고 불러주나?

31회 / 나라는 1945년 8월 15일에 해방되지만 법률은 1961년 1월 1일에 해방되었다

30회 / 가수 윤복희는 정말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을까? 

29회 / 500년 전 한자 읽는 방법을 알려준 최세진 선생

28회 / 도우미란 아름다운 어휘는 누가 만들었을까?  

27회 / 척지지 말라? 뭘 지지 말라고?

26회 / 천출 김정은? 김씨 일가가 천민 출신인가? 

25회 / 茶를 다로 읽을까, 차로 읽을까?

24회 / 대웅전? 불상 밖에 없던데 무슨 웅이 있다는 거지?

23회 / 오매불망? 2018년에도 이런 말 써야 하나?

22회 / 유명을 달리하다? 뭘 달리하는데?

21회 / 재야(在野)는 뭐하며 사는 사람인가?

20회 / 인민(人民)? 누가 인(人)이고 누가 민(民)인가?

19회 / 은행? 왜 금행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18회 / 육개장의 개는 무슨 뜻일까?

17회 / 우위를 점하다? 뭘 어쨌다고?

16회 / 용빼는 재주? 용 한 마리 잡나?

15회 / 권력(權力)이란 어떤 힘을 가리키나?

14회 / 아직도 창씨개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13회 / 왜구가 아기발도(阿其拔都)로 불리게 된 이야기

12회 / 애도하다? 뭐가 슬픈데?

11회 / 망하다? 망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

10회 / 조계종? 조계가 무슨 뜻인데?

9회 / 선거? 선은 무엇이고 거는 무엇인가?

8회 / 골백번은 대체 몇 번이란 말일까?

7회 / 골로 가다? 죽어서 골짜기로 가나?

6회 / 간발의 차이? 어느 정도 차인데?

5회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그게 뭔데?

4회 / 가냘프다

3회 / 몇 살이나 돼야 생신이라고 부를 수 있나?

2회 / 효자(孝子)는 누구를 가리키나?

1회 / '질질 끌다'의 질질이 무슨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