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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47회 / 교양과 교육, 대체 뭐가 다른데?

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9.2.5-47회 / 교양과 교육, 대체 뭐가 다른데?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신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교양과 교육은 서로 다르게 쓰이는 말이다.

敎는 가르친다는 뜻이다. 孝(효도하다, 효) + (회초리를 치다, 복)으로 이뤄진 글자로, 때리면서 가르치는 것이다.

(孝는 나중에 제사를 받들 아들을 가리키는 말, 자식으로 해석한다.)

한자 문화권에서 가르친다는 건 한자와 문장을 외우게 하고, 시험 준비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다. 과학 기술은 敎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포함된다.


교양이나 교육이나 이러한 교의 기본 뜻은 같은데, 그 다음 순서가 다르다.

교양은 養이 들어가고 교육은 育이 들어간다.

그래서 아이를 기르는것을 養育이라고 한다.

하지만 두 한자어의 뜻은 많이 다르다. 일고보면 큰 차이가 있다.


養은 (아기를) 양고기를 먹여 기른다는 뜻이고, 育은 (어머니, 혹은 암컷이) 낳아 기른다는 뜻이다.

즉 育이 먼저고 養이 나중이지만 어차피 뜻은 비슷하다.

그런데 단지 때리면서 가르친다는 敎를 앞에 붙여 교양과 교육으로 나눈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짓을 누가 했을까?

뜻 차이가 뒤죽박죽이고, 이 한자어에 대응하는 영어와 아무 관련도 없는 한자어를 누가 지었을까?

물론 메이지시대의 일본인들이다. 이들은 네덜란드와 교류를 하면서 수많은 서양 어휘를 자기들이 스스로 한자어를 만들어 썼다. 서양 어휘에 대응하는 한자어가 없다 보니 억지로 만들고, 또 대량으로 만들어내다 보니 한자어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만든 일본식 한자어가 매우 많다.


이 두 단어가 대표적이다.

교양과 교육, 두 단어는 사실 아무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한자를 쓸 필요가 없다. 한자를 쓰면 이런 억지 한자어를 만들어 붙인 일본어를 쓰는 셈이다. 이처럼 아무 뜻없이 영어를 번역한 마구잡이 한자어는 우리가 가려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런 한자어는 일본 한자어에 아주 많다.

따라서 한자를 써야 된다고 주장하는 일부 친일파들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교양은 Liberal Arts다. 즉 자유로운 개성를 번역할 때 한자어 교양이라고 적으면서 복잡해졌다. 養 개념은 원래 없다.

교육은 Education이다. 즉 영어에는 敎만 있지 育은 들어 있지 않다.


교육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뜻을 정의할 수 있는데, 교양은 매우 흐릿하고 추상적이다. 

경남신문 기사를 인용한다.<기사 보기>


- 하버드대학교는 2007년 학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낸 보고서에서 ‘하버드 교육의 목적은 리버럴 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다’고 선언한다. ‘리버럴 교육’이라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교양 교육’이다. 

하버드 보고서가 밝힌 ‘리버럴 교육’의 특성과 목표는 이렇다. 

‘리버럴 교육의 목표는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켜 그들이 다시 방향을 집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리버럴 교육’은 자유로운 비판 정신을 길러주는 것이다. 

여기서 길러주려는 ‘자유로움’은 이미 알고 있는 일반 상식조차 한 차례씩 의심해 볼 것을 요구한다. 

그런 뒤 자신의 방식으로 재수용하라고 다그친다. 

수동식 주입 교육이 아닌 능동적 수용 능력 교육이다. 

말하자면 ‘리버럴’은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더 집어넣는 것이 아니고, 알고 있는 지식을 꺼내 잡동사니 청소하듯 먼지 털고 다시 닦아 넣든지 버리든지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와 미국의 ‘교양 교육’의 출발을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츠’가 ‘개성적인 기술’이 되는 까닭도 바로 그런 ‘자유로움’ 덕분이다. 우리가 ‘기술’이라 쓰는 말이 영어에는 ‘테크닉(technic)’과 ‘아트(art)’가 있다. 

‘테크닉’과 ‘아트’는 둘 다 배워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테크닉’은 누구나 똑같은 기술인 반면, ‘아트’는 사람마다 달리 개성적으로 체득한 ‘기술’을 말한다. 

우리와 미국의 교양 교육의 차이는 마치 ‘테크니션(기술자)’과 ‘아티스트 (예술가)’를 위한 교육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엔 우리의 ‘교양 교육’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교양 과목’과 ‘인문학’을 혼동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인문학’은 영어로 ‘휴매니티(Humanities)’이다. 그런데 우리 인근 대학교에선 ‘인문대학’을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대학’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문대학’은 ‘휴매니티(Humanities)대학’이고, ‘교양 대학’이 ‘리버럴 아츠’대학이다. 

‘교양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인문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까지 포함된다. 이를테면 ‘교양’은 이미 문과 이과 융합적 성격을 지닌다. 교육 현장에서 용어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올바른 교육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잘못된 ‘교양 교육’에는 출발부터 되짚어 보는 통렬한 반성이 요구된다.


- 태이자 이재운 우리말 사전 시리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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