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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세난(說難)

저 아래에 정치를 하는 사람은, 그리고 남의 눈치 안보고 자주적으로 살려는 사람은 "궤사(詭詐)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오늘도 윤석열 전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김종인 측에 전화했다는 소식이 간사한 입을 통해 보도되는 일이 있었다. 거기에다 "급한 모양"이라는 코멘트까지 붙여 사정없이 긁어댄다. 이처럼 누군가를 상대할 때는 상대의 궤사를 예측할 수 있어야 이 험한 대한민국 정치판, 그것도 노론소론 지겨운 150년 당쟁의 나라에서 견뎌낼 수 있다.

오늘은, 그래서 세난(說難)을 한번 더 말한다.

 

한비자는 세난(說難)으로 유명한 법가(法家)다.

그가 나중에 진시황이 될 영정에게 유세를 하러 갔다. 막상 영정을 설득하는데는 성공했다.

"우와, 대단하다! 천하 제일이다!"

영정의 측근이 될 찰나 그의 동창인 승상 이사가 대신 역린(逆鱗)을 건드려준다.

그의 동창인 승상 이사도 머리가 달린 사람이고, 욕망이 넘치는 정객이고, 그래서 생각할 줄 안다.

그가 계산하기를, 똑똑한 한비자가 영정의 측근이 되면 자기 자리가 위태롭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천거하지 않는다.

이사는 천하 통일을 꿈꾸는 영정을 찾아가 한비자 대신 그의 역린을 건드려 주었다.

"동창이라서 제가 잘 아는데요, 저런 천하 제일 인재는 정말 구하기 힘들지요. 어서 쓰시지요."

"생각 좀 해본다잖아."

"그래요? 그럼 마음이 없군요. 부하로 거두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여 없애는 게 안전하지요"

가만히 얘기를 듣던 영정은 그도 그럴 듯하여 그 다음에 한 번 더 설득해보고, 아니면 죽이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한비자는 영정의 영입 제안에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몸값을 올리려고 그랬는지 3번 사양하느라고 그랬는지, 어쨌든 그는 역린을 건드린 셈이 되었다.

이사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영정은 볼 것도 없이 이사를 불러 "그럼 죽여라" 명령했다.

동창생 이사는 즉시 손을 써서 한비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세난(說難)이 힘든 건 역린(逆鱗)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글까지 써서 유명해진 한비자가 바로 그 이치대로 죽었다.

단두대 만든 로베스 피에로가 그 단두대에 목이 잘리고, 진나라 상앙(商鞅)은 자기가 만든 강력한 형벌 때문에 자기가 죽고, 조국은 자기가 한 말의 지뢰밭에 빠져 자기가 걸려 죽었다.

윤석열은 김종인, 홍준표, 황교안이가 이사와 같은 욕망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기억하여 그들의 궤사(詭詐)에 속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세난(說難)을 조심하여 친문어용기자들의 밥이 되지 말라.

 

* 친구 신 불모네 풍란이 꽃을 피웠다.

죽을락살락 버티더니 이번에 느닷없이 꽃을 피운 것이다.

물을 잘 안줘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더니 올해는 반짝 꽃을 피웠다.

나는 안다. 식물이 거름이 없거나 메마르거나 너무 살기 힘들면 재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자신의 삶은 포기하고 그 사명을 후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가 척박한 해에는 솔방울이 많이 달리고, 무는 가을에 심으면 뿌리가 굵게 자라 김장용이 되지만, 봄에 심으면 뿌리는 없이 열매만 다닥다닥 열리는 장다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