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보시행 잊지 않겠습니다

1년이란 뭔가 변하기에 충분한 양의 시간인 것같다.
사진 속 시바리 존자는 홀로 서 계시다가 공덕전이라는 큰 집이 생겨 공양물과 향과 촛불이 그치지 않고, 미양이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들어와 집과 장난감과 사랑스러운 오드리를 얻었다.
다만 숲속의 저 개는 아직 그대로다. 언젠가 이 개에게도 볕이 들 날이 있겠지.
 
2021.1.10
오늘 아침에 아이들 산책시키러 나가는 길에 길냥이가 잘 있나 살피니 야옹야옹 기척을 내며 다가온다.
어제 운학동 유기견 중 한 아이 상태가 안좋아 찜찜했는데, 오늘 가서 살펴보니 괜찮다. 간식도 잘 받아 먹는다.
낮이나 밤이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황금탑 지키며 "보시하라!" 고 속삭이시는 시바리 존자를 모신 집에 고드름이 열려 있다. 이 분 곁 지나갈 때마다 "보시행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한다.
* 나를 발견하고 인사하러 다가오는 검은 고양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살려달라, 물 달라, 밥 달라 보채길래 집 마련해 주고 아침저녁 두 번 물과 사료를 주고 있다.
* 내가 아는 한 거의 10년째 숲에 사는 아이. 덩치가 작은 아이들은 유기견 길러주는 분 집 가까이 사는데 이 아이는 덩치가 크고 사나워 늘 숲속에 혼자 산다. 누가 버린 걸 거둔 것이라니 이렇게라도 돌봐주는 분께 고마울 뿐이다. 처음에는 간식 주는 내게도 사납게 짖어대더니 이젠 내 차만 봐도 꼬리치며 기다린다. 이 아이 바로 앞 발자국은 주인의 것이다. 난 사진 찍는 자리쯤에서 간식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