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고친다는 목사와 승려, 무당들
오늘 또 한 승려가 양극성장애(조울병) 환자를 치료한답시고 엉뚱하고 미련한 짓하여 아까운 목숨을 빼앗고 말았다. 얼마 전에는 목사가 정신장애인을 죽이더니 이번에는 승려가 그런 것이다.
승려는 정신질환을 귀신들의 장난으로 이해하고 그걸 내쫓으면 낫는다고 착각하고, 목사는 사탄이나 마귀의 짓으로 보고 역시 쫓아내면 낫는다고 믿는 모양이다. 이래서 종교가 무섭다.
정신질환은 엄연한 질병이다. 질병은 병원에 가서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내 소신과는 다르지만,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고 하자. 사탄이나 마귀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현실적인 치료 수단이 있는데도 그걸 거부하고 일부러 종교에 의지할 이유가 없다. 목사와 승려가 무슨 의학 상식이 있어 저런 중증환자를 맡는단 말인가.
모르긴 해도 기독교가 생긴 이래, 불교가 생긴 이래 이런 식으로 억울하게 죽은 정신질환자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대부분 때려죽였을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정신질환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신 이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긴 하나 오늘날 거의 다 그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고, 치료법도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굿을 하고 안수를 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이에 병은 악화되고, 기어이 사람 목숨까지 죽인다.
승려, 목사만 모르는 게 아니라 환자의 부모도 그런 상식이 없다보니 병원에 데려갈 생각 안하고 교회나 절, 무당을 찾는 것이다.
아래 기사를 보니 환자가 조증을 보이자 승려와 환자의 어머니가 감당을 하지 못하고 폭행을 한 듯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완력으로는 환자를 절대로 진정시킬 수 없다. 기도해도 소용없고, 경을 읽어도 소용없고, 찬송가를 불러도 안된다. 진정제 한 알이면 간단해지는 걸 사람 목숨까지 잃게 만들고 있다.
제발 이 글 보시는 님들 중에서 주변에 정신질환자 데리고 절이나 교회, 굿당에 가는 이 있으면 병원으로 발길 돌리라고 간곡히 권해주기 바란다. 기적을 바란다면야 모르겠지만 병증을 고치거나 가라앉히고 싶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기사 속의 환자는 보호병동이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어야 했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기사 보기>
요양환자 폭행 숨지게 한 사찰 주지 영장[충주경찰] [연합] 기사
2009.09.02 19:53 입력
충북 충주경찰서는 2일 자신의 사찰에 요양 중이던 환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주지 이 모 (50.여)씨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어머니 이 모(5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지 이씨는 지난 1일 오전 2시께 충주시 살미면 자신의 사찰에서 요양 중이던 조울증 환자 A(25.여)씨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자 진정시키려고 어머니 이씨와 함께 A씨를 목욕탕으로 끌고 가 1시간가량 손바닥으로 온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A 씨가 발작 증세를 멈추지 않고 반항하자 어머니에게 A씨의 양팔을 잡게 한 뒤 샤워기로 20여 분가량 입속에 물을 넣은 것으로 경찰조사 밝혀졌다.
A씨는 호흡곤란으로 현장에서 숨졌다.
이들은 A씨를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신고하려다 온몸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연합뉴스)
- 고구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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