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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양극성장애-우울증-정신질환

정신장애인의 인권

국가인권위가 "정신장애인 입원 환자의 86.2%가 강제입원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를 보고 나는 약 14%나 되는 사람이 자력으로 입원하고 있구나, 장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런 발표는 정신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뉴스거리 만들어 보려고 툭 던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신장애인은 가장 낮은 등급이 3급이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다. 3급으로 진단되자마자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게 정신장애인이다.

 

이러고도 가장 낮은 수준의 사회생활이 가능한 3급들은 통원만으로 유지치료가 가능하지만(정신장애는 치료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하다), 2급만 돼도 격리입원해야 될만큼 사정이 나빠진다. 2급 정도면 그것이 지적장애든, 정신분열이든, 양극성장애든 인지 능력, 판단 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하도록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1급은 말할 것도 없다. 입원 병동에 철창을 대고, 유리창 앞에 방어망을 치고, 소지품에 쇠붙이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해도 늘 사고가 난다. 저희들끼리 싸우는 건 거의 일상에 가깝다. 남자간호사가 아니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더러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는 병동 내에서도 다른 공간에 감금시켜야만 할 때가 있고, 너무 심하면 강제로 진정제를 주사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 국가인권위는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강제입원시키는 일이 많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한가한 소리다.

 

정신장애는 보통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병원에 못데려가는 일이 허다한데, 어떻게 본인이 병원에 가야겠다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정신장애인 등급이 나오지 않는 일반 우울증만 해도 수백만 명이 걸려 고생하지만, 막상 그들 자신은 우울증이 병이라는 것도 모르고 자학하고, 자괴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상담을 해보면 자신은 능력이 없다, 세상에 가치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등 비정상적인 사고를 한다. 개미, 모기도 한 세상 열심히 사는데 왜 인간이 살 가치가 없겠는가. 대통령 한 사람이 자살하고, 재벌이 자살하는 이유도 다 이런 우울증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까지 자살하게 만드는 게 런 우울증인데, 다른 중증정신장애는 말할 것도 없다. 양극성장애 같은 경우 자살률도 높지만, 사고율 역시 높아 혼자 죽지 않고 여럿이 죽는 사고를 꾸미기도 한다.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교육이 안돼서가 아니라,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병이라서 그렇다. 그걸 병인 줄 모르고 가정환경 운운하고 떠들어봐야 아무 도움이 안된다.

 

정신장애는 대개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찾았다가 정신과 진료 쪽으로 옮겨가서야 밝혀지는 일이 많다. 어떤 이는  신경내과로 갔다가 정신과로, 소아과로 갔다가 정신과로, 내과로 갔다가 정신과로 옮겨가는 일이 많다.

정신장애에 관해서는 본인은 물론 부모조차 잘 학습되지 않았는데, 그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입원할 정도의 정신장애 환자는 대개 인지능력, 언어능력, 행동능력에서 과잉반응이 불규칙적으로 격심하게 나오기 때문에 왜 입원하는지도 모르고, 경우에 따라 격렬하게 반항하여 이 단계에서 사고가 나는 수도 있다.

 

다만 정신장애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일부 감당을 하지 못하는 부모나, 재산 상속 등의 문제로 나쁜 마음을 가진 가족들에 의해 강제입원당하여 치료 여부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도 적당히 서류를 꾸며 강제입원시키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도는 의사들을 잘 감시하면 막을 수 있다. 의사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입원시키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을 시켜도 나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일부 돈에 눈 먼 의사들이 가끔 사고를 치니 문제다. 그렇더라도 그건 형법에서 다룰 일이지 인권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인권위에서는 정신장애를 핑계로 벌어지는 형사적인 문제에 주목해야지, 건전한 상식과 애정을 가진 부모와 가족들이 자녀와 형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까지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도리어 몰라서 입원 안시키고, 창피하다고 입원을 안시켜서 문제다.

 

내 말이 잘 이해가 안되면 지금이라도 정신병동에 가 입원 중인 환자와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그리고 직접 입원 수속을 밟고 있는 환자더러 인권에 대해 설명해보기 바란다.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막중한 일을 맡았으면 그 자리에 걸맞는 공부를 하고, 신중한 사고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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