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새끼깡아지 도조 주니어 리키는 악동이다.
이제 10개월쯤 된 놈인데, 어찌나 자발스러운지 저 불편한 건 못참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이 녀석 수발드는 게 일과 중 가장 고되다.
안되면 코앞에서 꽝꽝 짖어대어 일을 할 수가 없다.
전날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이 녀석이 귀에 대고 어서 일어나라고 짖어대는 바람에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인셉션은커녕 꿈 한 조각 꿀 수가 없다.
하여튼.
우리집 장애견 바니는 리키가 오기 전에는 나름대로 공주 대우 받으며 잘 살아왔다.
지난 여름에도 늘 동네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고 바깥바람을 쐬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그럴 수가 없다. 두 녀석을 허리춤에 끼고 나가자니 출입이 불편하고, 오래 있지를 못한다. 아, 이놈의 번호키만 아니어도 좋으련만 왜 내 집 드나드는데 내가 맨날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지 신경질난다. 도둑놈 오지 말라고 있는 키가 주인만 잡는다. 두 놈 안고 번호 누르려면 리키는 바르작거리지, 정말 미칠 것같다. 그렇다고 리키를 내려놓으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 이놈은 하도 재빨라서 어디로 가는지 추적이 불가능하다. 얼마 전에도 아이들 따라 남의 동에 갔다가 주민에게 신고되어 가까스로 돌아온 적이 있다.
바니는 다리가 불편한만큼 밖에 나가 구경하는 걸 참 좋아한다.
그래서 차 타고 어디 가는 걸 제일 좋아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차는 타려고 한다.
그런 바니를, 리키 때문에 늘 집에 있게 한다.
벌써 서너달째 이러고 있다.
게다가 바니는 게이지 안에서 생활한다. 내가 감시할 수 있을 때는 거실에 내놓지만, 너무 오래 내놓으면 안된다. 기어서 다니기 때문에 사타구니에 금세 물집이 잡히거나 벌겋게 피가 맺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게이지 안에 누워 있는 바니가 커다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꼭 네 엄마 다래가 쳐다보는 것같구나." 하면서 다래를 그리는 마음으로 바니를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내친 김에 바니만 안고 밖으로 나가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들어왔다.
새벽 한 시, 리키는 마침 잠을 자고 있어 무사히 다녀왔다.
우리 리키는 열시면 잠에 들어 새벽에 일어나는 아침형 개다.
(이 새끼는 잘 때는 건드려도 안일어난다.)
바니는 오랜만에 아빠품에 안겨 동네를 둘러보더니 흠흠, 기분이 좋은지 자꾸만 뽀뽀를 하려고 한다.
얼굴을 갖다대주니 열렬하게 사랑해요, 외친다.
바니는 우리집 애견 역사를 한 몸에 갖고 있는 마지막 아이다.
이 아이 눈을 들여다보면 제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제 아버지가 다 들어 있다.
특히 눈이 그러하다.
도조 주니어 리키,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셈으로 밖에도 자주 데리고 나가지만 우리 바니는 그러는 아빠를 보고도 보채질 않는다.
그냥 포기하는 것같다.
그럴수록 마음이 아프다. 진짜 가을이 되어 낮에도 선선해지면 자주 데리고 나가야겠다.
- 바니 때문에 깔아놓은 카펫. 여기까지가 바니의 행동반경이다. 이 안에서는 걸어다니는데, 이 밖으로는 기어 다닌다.
- 뭐? 아빠, 유감있어?
- 바니 엄마 다래. 애견계의 아인쉬타인으로 고급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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