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 아빠, 아직 자?
어제 늦게 들어왔잖아.
- 그래도 지금 몇 신데? 나 배도 고프고, 어쨌든 일어나.
더 자야한다니까.
- 일어나
아빠, 졸리니까 저리 가서 혼자 놀아. 바니 할머니하고 놀든지.
- 아, 일어나라구.
이 새끼가. 아빠 졸립단 말이야. 엄마 따라 운동이나 가지 그랬어?
- 안데려가는 걸 어떡해. 나 배 고프다구.
너 정말 아빠를 어지간히 괴롭히는구나.
어쩌는 수없이 일어나 사료 한숟가락씩 퍼줘야 집안이 조용해진다.
<공 던지기>
- 아빠.
왜? 아빠 일할 땐 좀 짖지 마.
- 좀 놀자.
아까도 놀았잖아. 가. 아빠 일해야 돼.
- 놀아줘. 심심해.
가라니깐.
- 그러지 말고. 공 몇 번만 던져줘.
그냥 너 혼자 배추나 물어대면 안돼? 삑삑 소리나잖아?
- 공 던져 줘. 그거 물어오는 게 더 재밌어.
이새끼, 정말 귀찮게 하네.
- 헤헤.
거실에 나가 열 번 정도 공을 던져준다. 그러면 헥헥거리며 뛰어가 물어오곤 한다.
숨을 헐떡일 때쯤 일어서면 저도 잠시 쉰다.
<간식 좀 줘>
오래지 않아 또 노크한다. 노크소리는 왕왕.
- 아빠, 나좀 봐.
너, 30분도 안된 거 알지? 가.
- 따라와 봐.
먼저 쪼르르 냉장고 쪽으로 간다. 일부러 안나가본다. 그러면 또 찾아와 성질 부린다.
- 나, 배고프다고 했잖아? 간식 줘.
맡겨놨냐? 이따 먹어.
- 아, 먹고싶을 때 먹어야 제맛이지. 따라와.
그러고 또 냉장고 쪽으로 간다. 하는 수없이 스틱 두 개 꺼내 리키 하나, 바니 하나 준다.
<바람 좀 쐬자>
낮잠 늘어지게 자고나서 또 제멋대로 서재로 쳐들어온다.
- 아빠, 그만해.
임마, 한창 일하는 거 안보여?
- 나 너무 답답해. 밖에 좀 나가자.
바쁘다니깐.
- 조금만 나갔다 오자. 숨이 막힐 것같아.
이새끼가.
- 아, 좀 나가자구. 그것도 못해줘?
너 조금만 나갔다 오는 거야.
- 헤헤.
리키는 앞장서서 현관문까지 쪼르르 나가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저를 안고 나가면 킁킁거리며 공기 냄새를 맡고, 지나가는 사람들 일일이 살펴본다.
<취침>
리키야, 아빠 일 끝났다. 자러 가자.
- 아, 몰라. 나 자는 거 안보여?
아빠하고 침대 가 자자. 너 그러다 엄마한테 깔려죽는 수가 있어.
- 냅둬.
가자니까.
- 싫어.
아빠 혼자 간다.
- 그러든지.
<몽유병>
새벽 서너 시. 엄마 화장실 갈 때 잠시 일어난 리키가 이리저리 헤매다 기어이 침실로 찾아와 속삭인다.
- 아빠, 나 왔어.
엄마랑 자지 않구.
- 침대로 올려줘.
귀찮은 새끼. 오랄 땐 꿈쩍도 안하더니.
- 잠들면 움직이기 싫잖아. 어서 올려줘.
알았어. 올라와.
- 난 침대 모서리에서 잘게. 잘자.
조심해 임마, 떨어져.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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