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날이라고 시골에 사는 어머니집에 찾아갔더니 얼른 상부터 차려주신다. 급히 차린 상이라 아들 좋아하는 나물 뿐이다. 신선 도사가 울고가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돌나물, 옻순, 상추, 더덕, 열무김치, 초고추장, 밥이다. 100% '메이드 인 어머니'다.
- 이건 저녁상이다. 마침 막내아들 생일이 겹쳐 상이 근사하다. 왼쪽에 막 따온 오가피순, 그 위에 있는 풀은 참죽순인데 살짝 삶았고, 접시에 같이 놓인 건 내가 점심으로 먹은 더덕이다. 더덕은 마당에 지천으로 나 있어 아무 때나 캐다 먹으면 된다. 오른쪽에 도토리묵이 있는데, 그 옆에 하얀 마가 보인다. "마가 몸에 좋다."고 어머니 많이 드시라고 하니 어머니 말씀하시기를 "막내네는 여전 먹는 걸 뭐." 그러신다. 막내는 깜짝 놀라 "어머니 오신다고 특별식으로 드린 거지 어머니 안계시면 안먹는다."고 주장한다. 어머니가 방문하실 때마다 위장에 좋다하고 하여 마를 사다 드린 게 그만 막내네는 늘 비싼 마를 먹고사는 줄 아신다.
- 네째가 옻순을 채취하고 있다. 지금이 먹기에 가장 좋다. 한 보따리 땄는데, 결국 옻순을 겁내는 네째와 막내는 손들고 내가 다 가져와 먹는 중이다.
- 우리 가족 따먹으려고 조금 기르는 구기자인데, 내가 순을 따다 무쳐 먹었다. 어려서부터 먹던 나물이라 늘 생각이 난다. 우리 형제들이 다 건강한데, 이런 걸 늘 먹어서 그런건 아닌지 모르겠다.
- 장독 사이사이 더덕이 자란다. 길쭉한 건 달래다. 자갈을 깔아두어 더덕이든 달래든 캐기가 쉽다. 이맘 때는 더덕순과 잎을 따서 무쳐 먹어도 좋다.
- 어머니 집을 단장하고 있는 분홍빛 겹벚꽃, 82세 할머니 홀로 사는 집에 너무 화려한 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식들이 사다 바치는 옷 색깔이 대개 분홍색인 것처럼 꽃나무도 그렇다. 카네이션보단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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