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니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일곱 살 정도였을 것이다.
여름철 어느 날 어머니가 불을 때라고 시켜 아궁이에 잔솔가지를 넣고 불을 피우고 있었다.
마침 비가 내리던 중이었는데 간간이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갯불이 번쩍거렸다.
난 빗소리를 참 좋아했는데 연기냄새로 콜록거리며 열심히 불을 땠다.
비 오는 날에는 기압이 낮아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불 때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런 중에 큰 천둥소리가 나더니 부엌 앞문으로 해서 탁구공만한 크기의 불빛이 뱀처럼 기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진짜 뱀이 다니듯이 꼬리를 끌면서 나뭇단 쪽으로 선회하다가 찬장 쪽으로 빙 돌았다.
색깔은 짙은 노랑이었다. 나를 휘감아 돌기도 했다.
무섭지는 않고, 저게 뭘까 하면서 나와 어머니가 함께 바라보았다.
건드릴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이 구전은 부엌 뒷문으로 해서 사라졌다.
난 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동안 그 실체를 알 수가 없어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꿈에 본 것인지, 내가 상상한 걸 사실로 믿고 있는 게 아닌지 나 스스로 이 기억을 의심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번개 현상 중에 아주 특이하게 구전(Ball lightning)이라는 게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번개학자들이 최근에야 알아낸 모양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번갯불이 둥그렇게 뭉쳐 돌아다니는 현상이다.
대개의 번개나 전기는 가까운 땅을 향해 내리꽂히는 법인데 이 구전은 곤충처럼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그래서 UFO로 오인되기도 하고, 도깨비불이라고도 한다.
지금도 구전에 대해 이게 반물질이 아니냐 하고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는 모양이다.
테슬라설부터 시작하여 갖가지 가설이 있는데 아직 시원하지 않다.
어쨌든 나로서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기이한 체험이었다. 그나마 사실이었다고 확인되니 이제 안심이다.
나만 살짝 맛이 간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귀신을 본 적이 있어 헷갈리던 참인데, 구전이 사실이라니 참 다행이고, 앞으로 구전의 실체가 어떻게 밝혀질까 궁금해진다.
아래 유튜브 영상에 보이는 게 내가 본 구전이다. 크기는 이게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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