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때 제목은 <한나라당이 죽어가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죽어 없어졌으므로 과거형으로 고친다.
암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비교적 분명하다. 1단계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부정적인 사고, 스트레스, 불안과 초조 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일정 기간 지속되면 잠자던 암세포가 눈을 뜨기 시작한다.
2단계는 이 상황을 두뇌가 인지하는 것이다. 두뇌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라는 의미에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내뿜는다. 그러면 통증을 덜 느끼게 되며, 겁이 없어지고 용감해진다. 여기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하지 못하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멈추지 않고 계속 분비된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바로 암세포를 기르는 영양분이다. 이 단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암세포는 자라지 못한다.
3단계는 스트레스 누적 상황이다. 스트레스 물질 또한 계속 분비되고, 이러면 암세포는 증가하고 더불어 면역 기능은 갈수록 떨어진다. 이 단계에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면역 기능을 회복하고 초기단계의 암세포를 박멸할 수는 있다.
4단계는 포기 상황이다. 스트레스 해소 전망이 전혀 없다고 믿을 경우, 암세포는 급증하고 면역기능은 급감한다. 이 단계에서 암 진단이 이뤄진다. 한나라당이 지금 4단계인 말기암 상황에 놓여 있다.
한나라당은 면역세포와 암세포가 싸우다 결국 암세포가 이기는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8년 4월 9일 선출된 국회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당이다. 이들은 곧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호를 받아가며 국회에 ‘아주 쉽게’ 진출했다. 그때 많은 현역의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되어 친박연대나 무소속 등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이때 한나라당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가해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몇몇 측근들은 아무런 사과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모른 척하고 지내왔다. 싫지만 재산 때문에 꾹 참고 각방 쓰는 부부처럼, 혹은 위장결혼한 부부처럼 데면데면 지냈다. 그런 중에 터무니없는 광우병 소동이 일어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내심 이 소동을 강 건너 불 보듯이 여겼다. 그런 스트레스에도 청와대는 한나라당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오만하게 나아갔고, 결국 4대강 개발이나 한미FTA 논쟁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필사적인 방어에 나서주질 않았다. 무슨 논쟁이 생겨도 이명박 대통령 혼자서 방어해야만 했다. 인터넷이고 트위터고 페이스북이고 온통 쥐새끼란 용어로 새카맣게 깔려도 누구 하나 거들어주지 않았다.
원래 한나라당에도 뛰어난 면역세포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암세포의 준동에 지쳐 두문불출했다. 어떤 사람이든 암세포는 매일 수천 개가 발생하지만 대개는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되는 법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면역기능은 떨어지고 암세포는 늘어나게 된다. 지난 해 10월 26일에 치러진 서울시장 재선거는 한나라당의 면역세포들이 완전히 물러나고 암세포들이 활개친 결정적인 시기였다. 이 암세포들은 선거 중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숙주가 죽기를 기다리는 바이러스처럼 선거가 끝날 때까지 굳게 침묵을 지켰다. 그래놓고는 선거에 패하자마자 뇌세포부터 뜯어먹기 시작했다. 당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맹공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 탈당도 요구했다. 소장파라는 브랜드를 3선 4선이 되도록 쥐고 있는 이들 거대 암세포들은 막상 적 앞에서는 고분고분하거나 동조하거나 쉽게 꼬리를 내리는데 아군 수뇌부를 향해서는 이빨 드러내고 거친 콧바람 뿜어대며 사납게 짖어댔다. 그래놓고 적과 싸우느라 지친 백혈구 등 면역체계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 마침내 법조당, 재벌당, 부패당, 친일파당으로 몰려 사망한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결국 암세포가 잔뜩 번진 상황이다. 보수 이념을 뺀들, 스물일곱 살짜리 젊은 피를 수혈한들, 이름을 바꾼들 돌이킬 수 없는 말기암 환자일 뿐이다. 세력을 떨치는 건 암세포요, 환호하는 건 바이러스다.
이제 와서 죽어가는 한나라당을 개명한들, 화장을 한들, 포장을 한들 생사를 돌리기는 너무나 벅차다.
한나라당이 앓아온 암은 2008년 4월에 이미 발병한 것이고, 이제 2012년 4월이 되면 최종 진단을 받아야 할 처지에 이른 것뿐이다. 그 시끄럽던 바이러스, 암세포들이 요즘 따라 조용한 걸 보면 모르겠는가. 최후에는 암세포도 죽는 법이다. 주치의는 아직도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같다. 무슨 일인지 항암제를 주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나라당을 암세포로 완전개조하는 방법이 없나 음모를 꾸미는 사람까지 있는 것같다.
-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신당 새누리당.
한나라당을 망친 암세포들이 연합하여 신장개업한 당으로 보인다.
소설가 이문열은 새누리당을 새대가리당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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