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 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줄임말입니다. 전 북한이란 표현 대신 조선이라고 씁니다. 불편하시더라도 그런가 보다 여겨주세요.
저는 남북이 서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알아야 통일의식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북녘도 우리땅이라고, 북한통포도 우리 국민이라고 무작정 우긴다고 통일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을 탈출한 동포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고 있는 모양이다. 안타깝다. 특히 우리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 더 가슴아프다.
한국과 미국이 혈맹인 것처럼 중국과 조선 역시 육이오전쟁 때 피를 나누며 전쟁을 한 혈맹이다. 특히 중국은 조선이 한국을 침략할 때 나선 것이 아니라 조선이 유엔군에 함락되었을 때 구원군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조선 입장에서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중국이 조선의 탈북자를 체포하여 북송시키는 걸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다. 비자없이 불법입국한 사람을 잡아 추방시키는 건 어느 나라나 하는 주권업무다. 우리는 탈북자로 규정하지만 중국 눈으로는 불법입국자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난민으로 봐달라고 거듭 요청하지만 중조 관계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 한국만 속이 타는 처지다.
비겁한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넘는 거대 여당임에도 북한인권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동포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딴데만 바라보신다. 조선 지도자들이 잔인한 건 원래 나쁜 놈이려니 치부한다지만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까지 저러는 건 문제가 있다.
국회에서 북송금지결의안을 채택하든 말든 중국이 귀를 열 리도 없고, 이번 한번은 어찌어찌 넘긴다 해도 탈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때마다 북송하라 마라 떠드는 것도 힘든 일이다. 한 해 수천 명이 잡혀 수용소로 보내진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사실상 처형되거나 강제노역에 시달릴 게 뻔한 탈북자를 조선으로 추방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를 움직일 외교 카드를 쥐고 있지 못한 듯하다. 인권 차원에서야 한없이 문제를 지적하고 주장해야 하지만, 난 전략적으로만 따져보겠다.
전쟁을 할 때 적을 괴멸시키는 방법 중 손쉬운 것이 부상자를 많이 내는 것이다. 전사자라면 일단 전투를 치른 뒤 나중에라도 전장에 다시 와 수습할 수 있다지만 부상자는 당장 구호해서 끌고가야만 한다. 부상자 한 명에 병사 두 명이 매달리므로 그만큼 전투력이 약해진다. 또 부상자의 신음, 피 흘리는 모습 등을 보고 살아있는 병사들이 공포심을 느낀다. 그래서 노련한 지휘관들은 적을 죽이지 않고 부상시키는 데 더 골몰한다. 수류탄이나 폭탄을 터뜨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이런 계산 때문에 3분지 1이 부상 내지 전사하면 부대 기능이 마비돼 '전멸'이라는 표현을 쓴다. 구호하느라 전투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조선 정부는 아마도 이런 계산으로 탈북자를 양산하는지도 모르겠다. 조중 국경을 수비하기로 작정하면 못할 것도 없다. 조선 군대가 얼마나 많은데 그까짓 압록강, 두만강을 지키지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탈북자가 한없이 넘어오는 걸 보면 거의 방치 수준인 듯하다. 또 나만의 의심이라고 전제하여 말하자면, 그 가운데는 특수훈련을 받은 공작조들이 꽤 있을 것이다. 탈북자를 가장하여 진짜 탈북자 정보를 수집하여 중국 공안에 제공한다든가, 한국까지 들어와 군사기밀을 빼내 북으로 보낸다든가 상상 가능한 일이 더 많으리라고 확신한다. 난 탈북자라 하여 순수하고, 순박하고, 그러니 무조건 동포애로 감싸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조건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조선의 실권자들이 탈북자 문제로 남남갈등을 일으키고, 한중 외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본다.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이라고 해서 탈북자 문제를 모르지는 않는다. 나서봐야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들도 답답할 것이고, 입 다물면 빨갱이 두둔하냐니까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실은 보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도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고, 어떻게 보면 정치인들 중에서는 통일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사들이 적지 않다.
탈북자는 기본적으로 불쌍한 처지의 사람들이긴 하나 한편으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다. 우리는 67년의 세월을 다른 국가, 다른 체제에서 살아왔다. 공통점이라곤 같은 한국어를 쓴다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수시로 생기는 탈북자 문제 때문에 우리 정부가 혼선을 일으키고, 답답해 하고, 한중 외교갈등이 생기는 건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 몇 달간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들 67년간 물든 공산주의 사회주의 습관을 다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들은 '외국인근로자'보다도 적응력이 떨어진다. 다수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는 게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목격한 1990년경의 중국 공산주의 시절 중국인들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당시 중국인들은 그저 노닥거리며 시간 때우는 게 일인 줄 알았다. 놀아도 월급 주고 일해도 월급 주니까 다 노는 것이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오래 살다보면 일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이 밤새 일하고, 하루 열두시간씩 시장이나 일터에서 일하는 걸 보고는 징그럽다고 볼 것이다.
난 탈북자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즉 탈북자를 한국사회로 데려와 무작정 풀어놓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보조금 받아가며, 갖은 혜택을 받아가며 잘 사는 모습을 보일수록 탈북자는 한없이 생겨난다. 경쟁사회에 이들이 무방비로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지극히 낮다.
조선 인구 2400만명이 전원 탈북하기로 치면 백년이 가도 안된다. 이건 좋은 통일 방법이 아니다. 백년 내내 이 문제로 한중 갈등, 또 조선 측의 항의와 협박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점을 조선 위정자들이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은 이런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나는 보고 있다.
내 제안은 이렇다. 탈북자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중 외교 문제를 최소화하고, 우리 내부 불안요소와 이념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탈북자 수용소를 중국이나 제3국인 몽골이나 러시아에 만들어야 한다. 우리 외교부는 뒤에서 심부름만 하고, 유엔이 나서서 인권 차원에서 설득하여 중국이나 러시아, 몽골 정부에 <난민캠프>를 설립해야 한다. 이중 몽골의 경우 우리와 대단히 우호적인 관계이므로 지리적으로 조선과 가까운 동몽골 정도에 난민캠프를 건설하는 것에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몽골은 조선을 탈출한 동포들이 접근하기도 쉽다. 두만강으로 탈출하면 러시아나 중국 동북부를 통해 동몽골로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중국이 눈을 좀 감아줘야만 한다.
동몽골 난민캠프는 학교, 병원, 공장, 농장, 아파트 등을 만들어 자족 도시로 건설해야 한다. 몽골인들을 경찰요원으로 고용하여 안전을 확보하고, 경제자족도시로 길러야 한다. 이런 대가로 우리 정부가 몽골을 크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나원이나 탈북자 대상 초중고인 한겨레학교도 그리 옮겨가면 된다. 사실 이런 도시를 운영하는데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또 이렇게 탈북자들을 모아 교육시키고, 한국식 초중고를 운영하고, 기술 교육을 시킨다면 10년 이내에 훌륭한 '한국인'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몽골 정부와 합의하여 일정 기간 이 도시에서 훈련을 마친 사람은 몽골이나 한국 여권을 주어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몽골이 반대하면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와 교섭할 수도 있다. 우리 대기업들이 손쉬운 하청공장 몇 개만 인권차원에서 세워주면 훨씬 수월해진다.
조선 지도부도 조용하게 탈북자가 생겨 아무도 모르게 움직인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자꾸 언론에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고 이를 무기로 조선을 비난하니까 더 바짝 신경을 쓰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마치 귀순병사 하나 생기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등장시켜 조선은 먹고살기 힘들고, 정치적으로 탄압이 심하다는 증언을 목청 높여 시켰는데, 지금 탈북자 사건을 바라보는 일부 시각에 이런 사고가 들어가 있는 것같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시장이다. 한중관계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고, 남북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중국과 조선을 자극하지 않고 실효를 거두려면 제3국을 이용한 탈북자 수용시설 건설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고 해도 조선 동포들을 곧바로 한국사회에 편입시키는 건 대단히 곤란하다.
난민캠프 즉 탈북자 도시는 이런 문제를 연구하고 대비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틀림없이 통일 이후를 설계하는 모델이 되리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구호단체나 종교단체도 탈북자 도시로 옮겨가서 떠들지 말고 조용히 교육, 의료 등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그래야 피차 안전하다. 그러면 우리도 좋고 중국도 좋다.
이런 안은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해야 한다. 그러라고 정부를 만들어 세금 거둬 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알기를 버러지처럼 보는 것같은데 그래서는 안된다. 통일은 우리의 당면 과제이고,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 무작정 방치하여 북한 동포들이 중국땅을 헤매다니며 노동폭력, 성폭력에 시달리고, 그러다 그들이 북송되어 처형되거나 강제노역에 시달리게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가 입 다물고 눈 감은 동안 우리 동포들이 너무나 많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조선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살아숨쉬는 땅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했다. 조선은 지금 대한민국을, 아니 통일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통일이 되면 한국 국민들이 통일세를 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조선 때문에 국부(國富)가 어마어마하게 창출될 것이다. 난 통일비용 운운하는 세력들을 싫어한다. 이들 주장을 들여다보면 그러니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다가오는 어마어마한 기회이자 선물이다. 제발이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나쁜 사람들 말에 믿지 말고 속지 말고, 뜨거운 열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10년도 긴 시간이 될 것이다. 조선은 우리에게 황금의 땅이요, 지금은 비록 굶거나 고통에 빠져 있는 동포들이지만 경제만 보고 살아온 우리를 대신해 민족의 짐을 지고 있는, 일제 잔재를 몰아내지 못한 우리 죄를 대신 지고 있는 분들이다.
==================================
추가/2012.3.9
다시 말하지만 탈북자 문제는 감상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해군기지 건설로는 목숨 걸듯하는 사람들조차 탈북자 문제는 신경쓰지도 않는다.
국가간 외교는 힘의 외교다. 외교 카드가 없이 중국을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오바마 찾아가 울고, 힐러리 치마 잡고 사정하는 게 낫다.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가 우리끼리 모여 쇼하는 사이 탈북자들은 자꾸만 죽어나간다.
'이재운 작품 > 이기는 백과사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정몽주는 만들어진 영웅인가 (0) | 2012.05.22 |
---|---|
사촌이 땅 사면 진짜 배 아플까? (0) | 2012.04.24 |
한나라당이 죽은 이유 (0) | 2012.02.09 |
[스크랩] `영감정치`를 끝내야 한다 (0) | 2011.12.02 |
[스크랩] 극우에 시달리는 보수, 극좌에 끌려가는 진보 (0) | 2011.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