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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선시(禪詩) 감상실

설잠 스님 김시습 - 나의 인생

我生 나의 인생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나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달리 무엇을 구하고 찾으랴.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할 뿐이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 내 무덤에 표를 세울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라도 속마음 알 수 있으리.

 

 

설잠(雪岑) 스님. 김시습(金時習). 1435년 을묘년 서울 명륜동(당시 반궁리)에서 태어나 8개월만에 문자를 알고 3세에 시를 짓고, 5세에 궁에 들어가 국왕인 세종 이도를 친견하고 이 자리서 신동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후 오세(五歲)로 불리기도 했다. 오세암은 그의 호를 딴 것이다. 가장 많이 쓴 호는 매월당(梅月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