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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도라지 이야기

목을 많이 쓸 때면 꼭 도라지를 먹는다. 도라지를 삶은 물이나 도라지 조청이나 도라지 가루 제품 따위를 따뜻한 물에 타먹는다.

 

어린 시절 산에 가면 늘 만나던 도라지다. 일부러 도라지를 캐러 가지는 않았지만 잔대나 더덕 따위를 캘 때 도라지가 보이면 함께 캐다 먹었다. 수십년 전 일이지만, 둘째형(형은 아마 열두세살 무렵, 그러면 난 여덟아홉 살)난 은 이맘 때 구럭이라는 걸 메고 산에 오르곤 했는데 형 따라다니다 보면 꼭 도라지를 만나곤 했다. 그러면 난 도라지꽃을 내려다보며 아름답기 짝이 없는 이 보랏빛을 한참이나 감상하곤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빛인가. 형은 약초를 캐어 돈을 마련해야 하니 후다닥 지나가버리지만 난 도라지를 그냥 지나치는 게 늘 안타까웠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나를 홀리던 도라지를 이제는 목 잠기지 않게 먹는 약으로나 대하니 미안할 따름이다.

언제고 고향 밭에 도라지를 많이 심어 마음대로 자라도록 해줘야겠다. 내가 어린 시절 감상에 너무 젖어드는 것같다는 의심이 들면 아무 초등학생이나 붙잡고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 꽃 아름답니?" 물어보면 내 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담 너머, 집안 형수가 기르는 도라지밭에서 촬영한 것이다.

 

 

 

 

 

 

 

 

 

 

* 아래 도라지 사진은 <자작나무>가 진주수목원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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