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성정동환자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서울북부지법 이정만 판사 관련 기사 보러가기>
이정민 판사님,
이 사건을 맡으면서 혹시 분열성정동장애에 관해 공부를 하셨나요?
이 판사 연령을 보니 여러 가지 경험이 충분히 쌓일만한 시기라고 보이는데, 이번 판결은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는 정신질환자들이 보이는 행태에 대해 불쾌해하고 화를 낼 줄만 알지 그것이 병 때문이라는 걸 종종 잊는 수가 있습니다. 범죄 자체만 보면 죽이고 싶을만큼 미운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가 어떤 병인에 의해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다면 그때는 어쩝니까.
저는 정동장애 환자를 여럿 보았습니다. 내버려두면 남의 물건을 파손하기도 하고, 대체로 잘 싸우고, 시덥잖은 일에 집착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내용은 이 판사가 본 범죄사실 자료의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 판사께서 좀 더 신중하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저런 환자에게 실형 1년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출소하면 또 똑같은 짓을 할 것이고, 이후에는 누가 책임집니까. 아마 교도소 수감 중에 피의자의 분열성정동장애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실형 선고 이유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돼 있는데, 정동장애 중 동 상태에 이르면 환자는 대단히 적극적으로 변하고, 두뇌 활동도 실제로 빨라집니다. 일정 영역에서는 똑똑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다만 정확하게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종합 판단을 하는 전두엽 기능이 마비됐다고 이해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도 어린 아들 셋을 차례로 목졸라 죽인 30대 여성에 대한 범죄 기사가 신문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였습니다. 이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해서 세 자식을 모조리 죽였겠습니까. 정상인들은 이해를 못합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누구나 그렇게 됩니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법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뭡니까? 누굴 처벌하고 무엇을 처벌해야 합니까. 우울증 환자를 방치한 남편의 책임입니까, 의사의 책임입니까, 보건당국의 책임입니까, 죽은 자식들의 책임입니까.
제 생각에는 위 환자가 과연 병원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으며, 그 치료가 적절한지 먼저 알아보고, 약물 복용 및 처치에 대해 확인하는 게 먼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가족들조차 지쳐 그냥 방치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증세는 더 악화되지요. 요즘에도 그런 시설이 있는지 잘 모르나 실형을 선고할 것같으면 치료감호소 같은 데에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1년간 교도소에 가둬두는 것은 또다른 괴물을 길러내는 효과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울증, 정동장애, 분열장애 등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범죄 사실 판단은 대단히 신중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선고될 형량은 사실상 치료가 가장 좋은 것입니다. 치료를 해줘야 그것이 교도가 됩니다. 단순 징역으로는 이들의 범죄성향을 더 부채질하는 것 외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이미 선고가 내려졌으니 이 판사 손을 떠났습니다만, 다음부터는 유념해주시고, 제 의견에 동의하신다면 상급 법원에 언질이라도 주시기 바랍니다. 정신질환자는 치료 대상이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그럴 것같으면 사람이 아닌 분열성정동장애라는 질환에 대해 사형 선고나 종신형을 내려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작가는 자신의 이름 뒤에 작품이 따라다니듯 판사 이름 뒤에는 그가 판결한 판결문이 따라다닙니다. 영원히 기록되며, 언제든 검색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평가됩니다. 훌륭한 판결문을 많이 가진 판사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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